대기성 부동(浮動)자금이 연내 150조원으로 추산되는 등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가 심화하고 있다. 투자대상을 찾아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의 증가는 대우사태 이후 금융시장 불안과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산업계가 설비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소비증가로 이어질 경우 물가불안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또한 부동자금의 주식시장 유입정도가 향후 주가반등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대우사태후 투신에서 50조 빠져 대우그룹 구조조정이 발표된 7월 이후 공사채형 수익증권에서 35조원, 주식형 13조원, 증권사 고객예탁금 5조원이 빠져나갔다. 공사채형중 대우채 편입으로 찾아가지 못한 15조원 가량은 80% 환매가 보장되는 11월10일이후 환매가 예상된다. 주식형은 90일이 지나면 별다른 불이익 없이 환매가 가능해 올 1~6월 증가분 22조원은 향후 증시전망에 따라 부동자금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7월부터 대규모 설정된 스폿펀드중 10월부터 목표수익률에 상관없이 만기상환되는 규모는 3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투신·증권 이탈자금을 포함한 대기성 부동자금이 몰려 있는 6개월미만의 정기예금(41조원)과 MMDA(34.7조원) MMF(23.4조원) 고객예탁금(7조원) 등 단기자금은 작년말보다 40조원이 증가한 107조원에 달한다.
현대증권 투자분석팀은 『연내 공사채형에서 50조원 정도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며 『20조원의 채권안정기금으로 투신 매도물량을 흡수하고 환매우려를 불식시킨다는 정부 판단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어디로 가나 채권 증시 은행 부동산 등이 부동자금의 투자대상. 그러나 투신사의 유동성 부족과 임박한 구조조정, 해외증시 여파로 인한 증시의 폭락사태로 부동자금의 채권·증시 유입은 기대하기 어려운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인위적으로 금리를 안정시키고 있으나 두자리수 실세금리가 불가피해 투신권 유입을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렵다. 부동산 등 실물투자쪽도 인플레 압력 등으로 정부의 차단의지가 강해 자금이 흘러들 가능성은 낮다.
현재 부동자금은 단기성 상품과 은행권과 공모주 청약 등으로 대거 이동하는 추세. 대우사태이후 은행권에 몰려든 자금중 상당수가 단기자금인 MMDA(시장관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으로 지난 3개월간 16조원 가량이 증가했다. 투신 상품중에는 확정금리상품으로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신탁형이나 크린MMF, 스폿펀드 등에 일부 몰리고 있다.
■부작용과 대책 부동자금의 증가는 금융기관의 유동성에 대한 악재로 작용한다. 기업들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유입이 불가능하고 기채시장이 기능을 못하면서 설비투자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단기 부동화자금이 소비로 확대되면 물가인상 등을 부추길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한 통화환수는 금융시장 불안을 가속시킬 우려가 있다.
투신·증권 전문가들은 투신권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대우계열사 매각이 조기성사돼 시장과 정부정책이 신뢰를 얻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한국투신 마케팅팀 이종우(李鍾祐)차장은 『대우문제가 해결되고 대외신용도가 좋아지면 부동자금이 장기자금으로 흡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문제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 시중자금의 부동화양상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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