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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귄터 그라스-나치즘문제 환기 양철북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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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귄터 그라스-나치즘문제 환기 양철북 대표작

입력
1999.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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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적 수법으로 전체주의 경고20세기의 마지막, 노벨문학상 100년 역사의 대미는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가 장식했다. 헤르만 헤세와 토마스 만 등 세계적인 독일 소설가의 전통을 이어 독일 작가로는 7번째, 하인리히 뵐 이후 27년 만에 그라스는 독일 문학의 건재함을 세계에 과시했다.

그라스는 첫 소설인 「양철북」(59년)을 비롯해 독일민족의 정신에 뿌리박고 있는 전체주의 성향을 경고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한 작가다. 통독 직후 사회 분위기를 배경으로 소설 「무당개구리 울음」을 낸 뒤 그는 『아우슈비츠는 통합 독일의 위험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말해 들떠있던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받기도 했다. 우화적이고 환상적인 수법으로 나치즘에 반대하고, 통독을 비판하는 소설을 적지 않게 쓴 것은 『거대 독일은 전체주의를 불러온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었다.

그라스의 소설은 독일에서도 괴짜이고 이색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 성격은 다분히 사회 비판적인 요소를 담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정치 참여와 사회 운동을 내세우는 「참여 문학」과는 다른 위치에 있었다. 『사회 참여와 예술을 같이 하기란 무척 어려운 것이다』 그라스는 경향성을 띤 문학이 높은 예술성을 확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보았고, 그 점에서 같은 독일 문학인 브레히트와 다른 길을 걸었다. 대신 서베를린에서 사회민주당에 적극 참여하는 등 행동으로 신념을 드러냈다.

그라스 문학을 대표하면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읽었고, 또 사랑하는 작품은 「양철북」이다. 79년 영화로 만들어져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의 주인공은 오스카 마체라트. 1차 대전 직후인 1924년 지금은 폴란드 땅 인 항구도시 단치히에서 소시민의 아들로 태어난 난장이다. 신체장애인이 갖는 열등감과 반항 의식에다 초능력을 가진 그가 계모와 간통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과정 등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내용으로 그라스는 잊혀져가는 나치즘의 과오를 환기시켰다.

전북대 박병덕(독어교육) 교수는 『그라스는 환상도 현실의 또다른 영역이라고 여겨 그것을 총체적인 현실로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그라스는 「양철북」에서 정치에 무관심하고, 어디엔가 소속되려는 소시민 계층이 나치즘을 지탱한 바탕이라 보고, 그들의 정신을 가장 구체적인 일상에서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역시 예외자의 삶을 그린 「고양이와 쥐」, 두 젊은이의 우정을 다룬 「개들의 시절」은 「양철북」과 함께 그가 태어난 고향 단치히의 경험이 깔린 3부작이다. 올해 7월 「나의 세기」라는 신작을 냈고, 이 책은 다음 주 민음사에서 번역해 나온다.

소설로 이름을 떨쳤지만 그라스는 시인으로 문학 인생을 시작했고, 드라마도 여러 편 썼다. 지금은 판화에 몰두해 독일과 미국에서 여러 번의 전시회를 여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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