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미경(李美卿)의원 때문에 또다시 속앓이를 하고 있다. 28일 당론을 거스르며 동티모르 파병동의안에 찬성한 이의원의 「소신」때문에 한나라당은 체면을 잔뜩 구긴 상태. 그렇지만 화풀이 방안도 마땅치않다.한나라당은 29일 일단 대변인 촌평을 통해 거칠게 비난했다.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소신 운운 하면서 당론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데 혹 기획된 소신이 아닌가』라고 몰아세웠다. 장부대변인은 『부모를 고발해 훈장받고 뽐내는 공산당 소년단원의 모습과 같다』고 감정섞인 언사도 마다치 않았다.
그러나 이의원에 대해 출당조치 등 징계절차를 즉각 밟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의원의 개인소신을 벌하는 모양새가 안좋다는 판단때문이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원내총무단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찬성 발언을 하고 찬성 표결을 한 것은 당인의 도리를 저버린 것』이라며 『총재가 당기위 회부 여부 등에 관해 금명간 결정을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총재실의 한 측근은 『당론을 정면으로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제재를 하면 국민들이 달갑게 여겨지지 않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징계를 미적거리는 데는 내심 『괜히 남 좋은일 시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깔려있다. 전국구인 이의원의 경우 스스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내놓아야하지만 당이 제명을 하게되면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한나라당은 올해 4월 정부가 제출한 노사정위원회법 심의때도 반대당론을 무시, 찬성표결을 한 이의원에 대해 출당논의를 했으나 결국 상징적인 당원권정지조치만으로 그쳤었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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