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레스토랑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 맛의 비결을 터득했어요』새내기 주부 황유진(28·서울 서초구 반포동)씨는 요즘 주방에만 들어서면 신바람이 절로 난다. 결혼한 지 반년 남짓, 경력으로 치면 부엌살림이 아직 초보지만 간단한 저녁상부터 집들이 때 손님맞이 상차림까지 웬만한 음식은 혼자서도 척척 해낸다. 비슷한 또래의 주부들과 함께 동네 요리교실에서 익힌 솜씨 덕분이다.
■요리장르로 자리잡은 ‘가정요리’
요즘엔 동네에서 손맛 좋기로 소문난 「선생님」집에 황씨처럼 알음알음으로 모여 요리를 배우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강사는 요리로 돈을 버는 직업요리사가 아니라 평범한 주부. 살림을 하면서 부엌에서 몸소 체득한 생생한 조리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내용도 한식이나 중식, 일식, 퓨전 따위의 구분없이 「가정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라면 무엇이든 다룬다. 이른바 「가정요리」라는 분야다.
체험에서 비롯된 것인만큼 그대로만 따라하면 실패할 염려가 없을 정도로 조리법이 정확하다는 것이 가정요리의 매력. 주부들 사이에 워낙 인기가 높다보니 최근엔 방배동에 누구, 옥수동에 누구, 압구정동엔 누구 하는 식으로 특정지역에서 나름대로 명성을 날리는 스타 강사들도 생겨났고, 기능인 양성이나 조리사자격증 취득 목적이 아니라 순수 가정요리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정요리가 그 자체로 하나의 요리장르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 방배동에서 가정요리 전문학원 「라맘마 꾸시나」(엄마는 요리중이라는뜻의 이탈리아어)를 운영하는 주부요리강사 최경숙(47)씨는 『일류 레스토랑의 요리사한테 직접 요리를 배웠다 하더라도 가정에선 화력과 도구, 재료 등이 따라주지 않아 같은 맛을 내기 힘들다』며 『일반 가정집의 주방 여건을 기준으로 가장 맛깔스럽고 정성스런 음식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가정요리의 취지』라고 소개한다.
■가정요리의 몇가지 특징들
예를 들어 탕수육을 집에서 맛있게 해먹으려면? 중식당처럼 강한 화력을 낼 수 없기 때문에 「한번에 튀기는 고기의 양을 200∼250g으로 제한하고, 몇번에 걸쳐 나눠 튀겨야 바삭바삭해진다」는 원리를 가정요리 연구가들은 가르친다. 이외에도 좋은 재료 구하는 법부터 한가지재료로 여러가지 음식만들기, 남은 재료 활용하기, 손님상차리기, 음식을 그릇에 담고 먹는 매너에 이르기까지 요리를 둘러싼 생활문화 전반을 다룬다. 맛내기 요령을 수치로 「계량화」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두반장이나 굴소스, 치킨스톡, 토마토페이스트, 발사믹식초 등 시중에 나와 있는 완제품 소스나 양념의 활용법을 가르치는 것도 가정요리의 핵심 내용이다.
이다.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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