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의 마술사」 전광영씨의 개인전이 10월 5일부터 15일까지 박여숙화랑에서 열린다.이번 전시회에서 보여줄 작품은 97~99년 작업한 30여점의 근작들. 올해 제작한 작품들은 모노크롬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색깔을 띠기 시작했다는 점.
치자, 유자, 쪽에서 얻은 자연 염료를 통해 노랑, 밤색, 짙은 푸른색을 입혀 평면작업에 새로운 색깔을 가미했다. 최근 큐레이터 연수차 한국을 방문한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한국관 큐레이터 샤롯 홀릭씨는 『예전 것에 비해 좀 우울하고 어둡지만 매력있고 흥미롭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 변화는 우울함이라기보다는 성공_흥분_열정 뒤의 감정 조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뉴욕 화랑거리인 첼시에 위치한 킴 포스터 화랑에서 3~4월에 가졌던 개인전에서 총 19점 중 150호 연작 3점을 빼곤 모두 매진, 총 8만 달러에 가까운 판매 기록을 올렸다. 또 킴 포스터 갤러리와 전속작가 계약까지 하게 됐다. 세계미술 1번지 뉴욕에서 갤러리 전속작가가 된 한국 작가는 백남준, 곽훈등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 이번 전시회가 끝난 후 전씨는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가질 예정이다. 이미 그는 시카고, 바젤, 쾰른 아트페어 등 국제미술시장에선 인기작가 대열에 당당히 서 있다.
전씨는 『더욱 더 한국적인 것을 모색해 보고 싶어 종이에 물을 들였다』면서 『이 색깔들은 나의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강하고 진한 느낌들』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체성의 문제까지도 떠올리게 하는 깊고 은은한 색깔들이다.
94년부터 계속해오고 있는 「집합」(Aggregation)시리즈는 한지라는 한국의 고유한 소재를 갖고 한지 조각들을 캔버스 가장자리 밖으로 튀어나오게 해 역동적 변화를 모색한 것이다. 스티로폼을 삼각형의 입체로 일정하게 잘라 이를 일일이 한지로 싸고 다시 한지로 만든 끈으로 묶어 화판위에 차곡차곡 부착해가는 작업은 어린시절 친척이 운영하던 한약방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약봉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한지에 대한 우리들의 신비감이 외국인들에 비해서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97년 이후 2년 만에 갖는 그의 전시회에 국내 미술애호가들의 기대가 크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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