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말해요」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미국의 정보기관. 출입문을 드나들 때도 말이 필요없다. 개폐장치에 얼굴을 들이대면 컴퓨터가 신분을 확인하고 자동으로 문을 열어준다. 비결은 눈동자.
미국의 국가안전국(NSA)을 모델로 만든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는 눈동자로 신분을 확인하는 보안장치가 등장한다. 국가에 해가 되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일이 주업무인 이 정보기관 출입문에 달린 장치는 사람의 홍체를 읽고 신원을 확인한다.
상상력이 낳은 영화지만 홍채인식기술은 첨단과학에 힘입어 실제로 쓰이고 있다. 그것도 사람의 신체를 이용한 생체인식기술(바이오매트릭스) 가운데 가장 앞선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홍채는 눈의 수정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막. 혈관과 색소세포가 들어 있어 눈의 색깔을 결정한다. 홍채는 세살 무렵이면 표면의 혈관분포형태나 무늬가 사람마다 다르게 생성된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도 서로 다르다. 또 다치거나 병에 걸려 손상되지 않는 한 평생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 복제도 불가능할 뿐더러 수술로 고칠 수도 없다.
홍채인식장치는 이같은 특성을 이용해 혈관분포형태, 무늬, 색깔 등으로 2초내에 사람의 신원을 확인한다. 30가지의 근거로 판단하는 지문보다 9배나 많은 270가지 사항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오인률이 지문보다 낮아 일급을 요하는 보안장치에 주로 쓰인다. 또 25㎝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자동초점 조절카메라로 확인하는 비접촉방식이어서 사용할 때 거부감이 없다.
관련기술을 보유한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아이리스캔사. 이 업체는 지난해 LG종합기술원과 공동으로 홍채인식장비를 만들어 미국의 주요 정부기관에 납품했다. 미국의 센서, 영국의 NCR사도 공동으로 홍채인식기술을 이용한 현금자동인출기를 개발했으며 일본의 오키사 또한 컴퓨터보안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나 올해초 다른 사람의 안구를 절취하거나 홍채필름을 안경에 붙여 기계를 속일 수 있는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업체들은 눈에서 나오는 미세한 생체에너지 파장을 감지하는 기술을 추가로 연구하고 있다.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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