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백남순(白南淳)북한 외무상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발언이 기존의 북측 입장을 되풀이한 수준이지만 정상회담 거론 자체의 특이성에 얼마간의 무게를 두면서 향후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기존 입장의 반복이라는 분석은 백외무상이 회담조건으로 7·4공동성명의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 3대 원칙에 대한 남측의 존중 북측 협상 제의에 대한 남측의 응대 등 2가지를 꼽은 것에 터잡고 있다.
백외무상은 우선 남측이 햇볕정책으로 북한을 흡수통일하려는 반북대결 책동을 벌인다며 민족대단결의 원칙을 남측이 어기고 있음을 명백히 했다. 둘째 조건인 「북측의 협상제의」는 올 2월 3일 고위급 정치회담 제의를 의미하며 당시 북측이 내건 국가보안법 폐지 외세와의 공조 및 군사훈련 중지 통일애국인사들의 활동보장 등 3개항의 선행조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즉 선행조건이 실현되지 않는 마당에 당장의 회담은 곤란하다는 메시지다. 더욱이 백외무상은 현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규정, 쉽사리 냉랭한 국면이 가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미국의 소리(VOA) 방송 기자의 질문을 받고서야 발언이 나온 점, 북측 관리가 오랜만에 유엔무대에 복귀해 외교공세를 펴는 와중에 미국식 민주주의 전령사인 VOA를 포함한 해외언론에 무성의한 모습을 보일수 없었던 점, 북·미관계 진전속에 남북대화를 외면한다는 비난을 비켜갈 필요가 있다는 점 등도 간과할 수 없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평가절하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북한 최고위 외교당국자가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정상회담을 포함한 당국대화를 거부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은 상황에 따라 북측이 당국대화에 호응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은 『우리는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원론 수준으로 대응했다. 또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도 『북한의 이번 입장 표명이 「성명」등 진지한 수준에서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 정상회담 등 당국대화를 위한 남북 물밑접촉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할때 과대평가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