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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위는 정치인

입력
1999.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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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낚싯밥 아래엔 반드시 죽음을 자초하는 물고기가 있고, 명성과 이권 밑에는 반드시 죽는 선비가 있다」 선비와 이권의 관계를 상당히 과격한 어조로 연결시킨 이 교훈 덕분에, 세계적 해양법학자인 박춘호 박사는 유혹을 박차고 유학 길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지리산골에서 세계의 바다까지」는 그의 변화무쌍한 생애를 추억한 자전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 따르면 그가 문교부 편수관으로 있을 무렵엔 교과서 개편 때마다 편수관이 교과서 채택을 결정했기 때문에 출판사에서는 엄청난 로비를 벌이고 있었다.■장래가 보장된 공직자였던 그는 37세에 노모와 아내, 어린 3남매를 셋집에 남겨두고 기약없는 영국유학을 떠났다. 그는 그전에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중국집 심부름꾼으로 취직해서 9개월 가량 무보수로 일하다가 신분이 밝혀져 쫓겨난 적도 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에 능통한 그는 현재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으로 다시 재판소장을 꿈꾸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최근 우리 사회의 부패지수를 발표했다. 성인남녀 1,3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치인의 부패지수가 가장 높고, 다음은 재벌총수 세무공무원 경찰 대기업사장 변호사 검사 순으로 나타났다. 또 판사 교사 민원공무원 교수 의사 중소기업사장 은행원 목사가 뒤를 잇고 있다. 이를 보면 근래 우리 사회는 불신풍조만 만연해 있을 뿐, 도대체 존경받는 지도층이라곤 없는 듯하다.

■내년은 총선이 있는 해다. 정치인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이러하다면 「젊은 피」를 포함하여 선량 지망생들의 각별한 각오가 요구된다. 막스 베버는 『어떤 일에 직면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만이 정치에의 소명을 갖고 있다』고 정치지망생의 신념과 책임을 강조한 적이 있다. 2000년대의 우리 사회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도,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에서 지금과는 다른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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