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의 경제 요리하기대통령의 경제학
허버트 스타인 지음, 권혁승 옮김
김영사 발행, 533쪽, 1만 8,000원
일반인들이 경제정책 결정과정에 관심을 쏟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 사회에 큰 문제를 불러일으켰을 때 정도이다. 2년 전 외환 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 자금 지원을 받은 우리나라처럼. 하지만 경제의 실패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정책 결정자의 잘못도 있지만, 그 뒤에는 부실한 경제하부구조, 경제의 오작동도 버티고 있다.
성공적인 경제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제 호황을 빌 클린턴대통령에게만 공을 돌리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경기의 순환, 투자와 소비의 심리 변화, 해외 시장 변수들이 다 함께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도자의 정책 결정은 별 것이 아니라거나, 어느 대통령이든 그 정책이 그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유주의 경제원칙이 확고하게 서있는 미국에서도 경제 정책의 뼈대란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고, 한국처럼 관료의 힘이 비대한 나라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대통령의 경제학」은 루스벨트_2차 대전 이후 트루먼과 아이젠하워_케네디와 존슨_닉슨과 포드, 카터_레이건_부시_클린턴까지 미국 대통령들의 경제정책을 살핀 책이다.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이며 경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지은이 허버트 스타인은 미국의 대통령들이 이제까지 실업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본다. 그는 경제원리의 근간인 통화공급량과 여러 일탈 요소의 연관성을 모르거나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실업과 인플레이션에 손대려 한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미국은 호황을 누렸고 부의 총량을 늘려왔다. 스타인은 그 힘을 민간경제의 효율성이 경제를 지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경제 정책은 민간 경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유도되어야 하며 국가가 민간의 자율성을 해치는 방식으로 지나치게 개입하는 「계획경제」는 미국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클린턴이 「산업정책」이라는 변형된 계획경제를 시도하는 점도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 자체에도 물론 반론이 있기도 하겠고, 산업구조와 경제의 성숙 정도가 다른 한국에서 미국 대통령들의 이런 경제 정책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게 되는지는 의문이다. 되도록 민간에게 자율을 허용하면 한국의 기업이 시장의 원리에 따라 경제를 가장 합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해갈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국의 호황이 상당부분 후발이나 개도국에 대한 무차별적인 시장 개방 덕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면?
하지만 경제정책의 결정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스타인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만 하다. 경제정책 결정자들은 단기적인 정치 판단에 따라 정책을 만들어내도록 유혹당하거나 압력받기 십상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사정은 한국도 다르지 않다. 특정한 정당의 의견이 아니라 생산적인 토론을 통한 정책 결정이라는 「과정의 투명함」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중요하다.
옮긴 이는 한국일보와 서울경제신문에서 43년간 경제전문기자의 외길을 걷고 서울경제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일보 상임고문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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