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은 28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의 운명이 걸린 합당및 선거구제 문제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인다. 의총을 앞두고 자민련의「전문 경영인」을 자임하는 박태준(朴泰俊)총재가 방향타를 어떻게 잡을지 고심하고 있는것은 당연하다.박총재는 중선거구제 도입을 적극 지지하면서 공동여당 합당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문제는 중선거구제와 합당을 동시에 추진하는게 당안팎의 반발때문에 실현가능성이 적다는 데 있다. 선거구제 개편및 합당 추진의 시기와 속도를 조절하는 문제가 박총재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박총재는 2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역색 탈피와 돈 적게드는 정치를 위해 정치개혁을 해야하는데 합당과 선거구제 개편 중에서 어떤 것이 국민 뜻에 부합되는지를 생각하고 있다』며 합당과 중선거구제 추진에 관심을 표시했다. 박총재는 하지만 우선 순위에선 중선거구제쪽을 손들었다. 그는 『정계개편과 선거 시스템의 개혁중 무엇이 시급한 것인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며 『합당이다 신당이다 하다보면 연말까지 아무 것도 안될 수 있으므로 선거공영제등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총재는 『이 문제에 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한 뒤 자민련 의총 결과를 염두에 둔 듯 『2~3일 지나면 어느 방향인지 대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총재의 입장은 『국가차원에서 결정하겠다,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표현으로 합당의 불씨를 지핀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생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것으로 받아 들여 진다.
박총재의 속앓이가 이처럼 깊어지는 것은 무엇보다 당내 의원들이 지역별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 특히 자신과 출신지역이 같은 영남권 의원들이 합당 반대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어 부담스럽다. 박총재는 지난 22일 당내 영남출신 의원들과 오찬모임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대다수 의원들은 지역의 반여(反與)정서를 전하면서 합당 반대와 중선거구제 선호의 뜻을 밝혔다. 반면 충청권 대다수 의원들은 중선거구제에 강력 반대하면서 합당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한편 수도권의원들은 대체로 합당을 지지하고 있으며 중선거구제도 선호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별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28일 의총은 합당및 선거구제 문제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합당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의원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대다수 의원들이 『JP와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유연해진 것이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이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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