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가 주춤하는 듯 하던 반도체 관련주들이 대만 지진을 계기로 지난주 다시 급등세를 보였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에겐 안된 일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물건을 못댈 정도로 호황을 누리던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벌어진 입을 가리기에 손이 작아 보인다.반도체 주가의 새삼스런 급등은 뭉칫돈이 투자처를 못찾고 헤매다가 돌발 재료가 나왔다 하면 『우』몰려가고 얼마 뒤엔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메뚜기투자」의 단면을 보여준다.
지진발생 소식을 듣고 메뚜기처럼 재빨리 반도체 관련주에 올라 탄 투자자들의 국제감각은 평가할만한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관련주는 지진 소식이 전해지고서야 허겁지겁 살 이유가 없었다. 반도체업황은 내년에야 정점에 달할 것이고 관련기업들의 실적이 그때까지 엄청난 속도로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모두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업황이 좋은 종목을 일찌감치 선택했으면 시장상황보다는 업종상황에만 관심을 가지면 된다』며 『시장상황이 조금 나쁘다고 다른 종목으로 옮겨가기를 반복하다간 힘만 소모하게 된다』고 말한다. 펀드매니저보다 종목발굴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개인투자자일수록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을 찾기 위해 기웃거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조금 오른 뒤 팔아버린 주식은 아무리 우량주라도 다시 쳐다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애인을 사귀기로 마음먹었을때 발견했던 온갖 장점은 자기가 내팽개쳤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며칠 또는 몇주만에 주식을 팔아야 할만큼 그 가치가 오락가락하는 종목이라면 애초부터 투자가 아니라 투기였다는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미국의 워렌 버펫은 주식투자자들에게 「살아있는 신」이라고까지 불리는 인물이다. 56년 밑천 100달러로 주식투자를 시작, 개인재산만 150억달러 이상을 모았다. 그가 총수로 있는 버크셔 헤더웨이사의 운용규모는 300억달러에 이르지만 보유종목은 10개도 안된다. 버펫이 평생 투자한 종목이라야 20개 미만이라니 일반인들이 보기엔 「그게 무슨 투자냐」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투자라고 부를수 있건 없건 중요한 건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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