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아리] 디트로이트의 음모 2004

입력
1999.09.27 00:00
0 0

『2004년에 현대자동차가 존재할까』라고 묻는다면? 미친놈으로 몰릴 것이다. 그러면 『2010년에 현대자동차는 한국의 기업일까』라고 묻는다면? 또 바보같은 수작일까.기아는 망해서 현대에 흡수됐다. 잘못 잉태된 삼성자동차는 계속 골칫덩어리이다. 허물어진 김우중신화를 실은 대우자동차가 잘 달릴지 의문이다. 연산 400만여대 생산능력으로 세계5위를 자랑하던 한국자동차공업의 최근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현대자동차의 사령탑인 정몽구회장에게 유난히 눈길이 간다. 현대자동차야말로 한때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의 돌풍을 일으키면서 지금까지 미국에만 200만대를 수출한 한국제조업의 상징이다.

그런데 한국이 구조조정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세계 자동차업계에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국경을 뛰어넘는 기업합병과 제휴가 일어났고, 친(親)환경적인 「그린 카」(green car)개발경쟁이 숨가쁘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문제가 21세기의 재앙으로 예측되면서 선진자동차회사들의 「그린 카」개발속도가 심상찮다.

일본의 움직임은 재빠르다. 도요타자동차가 내년에 프리우스(Prius)라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2만대를 미국시장에 내놓고 선수를 친다. 하이브리드(hybrid)란 원래 잡종이란 뜻이지만 자동차에서는 휘발유엔진과 전기모터를 겸용해서 달리는 차를 말한다. 높은 출력을 필요로 할 때는 휘발유엔진을 작동시키고 저속으로 달릴 때는 전기동력을 사용, 에너지효율성이 대단히 높다.

그 보다 더 혁명적인 일은 연료전지차의 개발이다. 수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연료전지(fuel cell)는 거의 무공해다. GM, 포드, 다이믈러-클라이슬러가 개발하고 있는 연료전지차가 2004년 일제히 세계시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이브리드차이든 아예 휘발유엔진을 없앤 연료전지차이든 성능과 가격문제가 가장 큰 난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문제는 선진국을 한가히 놔둘 수가 없다. 97년말 현재 지구상에는약 7억대의 자동차가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있다. 이 중 미국차가 2억6,000만대다. 기후협약 교토(京都)의정서에 의하면 2012년까지 미국은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7% 줄여야 한다. 에너지혁명이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 자동차외에 대안이 없을 것이다.

포드자동차의 윌리엄 포드 회장이 얼마전 워싱턴에서 던진 말은 의미심장하다.『우리의 고객과 주주를 위해 환경보존은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고, 곧 내연기관의 종언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린카 시대」의 선언이다. 이런 「그린 카」개발의 추세 속에는 선진국의 비수가 숨겨 있다.

기술개발이 어느 수준에 이르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고조되는 순간 선진국 자동차회사들은 하루 아침에 환경주의자들의 편에 설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자동차업계를 협공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그린라운드나 교토의정서의 서슬퍼런 집행 등 선진국의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선진 자동차회사의 기술 및 경영예속이 없이 글로벌경쟁에서 한국자동차가 살아갈 길은 막막해질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비약이 아니라는 정황은 87년 오존층파괴를 막기 위해 프레온가스생산을 규제한 몬트리얼 의정서가 말해준다. 이때 이 협정에 적극 동조하고 나선 것은 프레온가스 생산의 선두주자였던 뒤퐁이었다. 이 회사는 프레온가스 대체기술을 바탕으로 환경주의자 편으로 돌변, 미국정부의 의정서추진에 가속도를 붙였다.

2004년은 자동차문명의 분수령이다. 자동차회사에게는 삶과 죽음이 갈리고 음모가 싹트는 전략적 변곡점(變曲點)이 될지 모른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 무역, 국제정치가 뒤엉켜 돌아갈 이슈다. 2004년까지는 겨우 자동차모델 한 번 바뀌는 짧은 시간이다. 우리 정부와 자동차회사들은 이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할 어떤 묘책을 연구하고 있을까.

/김수종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