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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지진 르포] 8층호텔 '폭삭' 융단폭격 맞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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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지진 르포] 8층호텔 '폭삭' 융단폭격 맞은 듯

입력
1999.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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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요지동(天搖地動)」 하늘이 흔들리고 땅이 요동쳤다는 의미이다. 대만 언론들이 천요지동이라 부르는 대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이번 지진의 진앙 타이중(臺中)과 난터우(南投)는 전쟁터를 방불했다. 22일 오후 한국 119 구조대와 함께 난터우로 들어가는 길 곳곳에는 입을 벌린 아스팔트가 흐름을 끊어놓고 있었다. 평소 1시간이 채 안걸리는 타이중-난터우 길이 4시간 이상이 걸렸다.도로변의 가옥들은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다. 강력한 여진이 계속되는 바람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공터에 천막을 친 채 피란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국은 또다시 대규모 여진이 발생할 수 있으니 집안에 들어가지 말도록 당부하고 있다.

난터우현 위츠샹(魚池鄕). 진앙에 인접해 있던 지역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곳이다. 8층짜리 톈루(天盧)호텔을 비롯한 대부분의 건물이 폭싹 주저앉아 마치 융단폭격을 받은듯 했다. 잔해를 파헤치는 포크레인의 굉음속에서 수백여명의 구호요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마스크를 낀 주민들이 망연자실해 있다. 매몰됐거나 행방 불명된 가족, 친지가 언제 생환할지 몰라 무한정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들것에 시신이 실려 나올때 마다 주민들이 주변으로 몰려 들어 한탄과 안도가 교차했다.

평소 관광객으로 붐볐다던 톈루호텔은 아예 뿌리채 뽑혀 옆으로 넘어져 있었다. 지진 당시 이 호텔에 묵고 있었던 투숙객은 외국인을 포함해 300여명. 구호관계자는 『투숙객 대부분이 부상했지만 기적적으로 사망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구호관계자는 『호텔 종업원들이 안전수칙에 따라 신속히 조기구조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호텔에 묵었다는 천싱톈(陳興田)씨는 『갑자기 천지가 흔들리더니 몸이 한쪽 벽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정신을 잃었다 깨보니 사방이 암흑천지였다. 2층에서 잠을 잤던 덕분에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고 악몽을 되새겼다.

난(蘭)수입을 위해 이곳에 왔던 한국인 사업가 이기봉, 조재일씨가 묵었던 부근의 산왕(山王)호텔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무사히 타이베이로 대피했다. 구호관계자에 따르면 이재민들은 걸어서 14호 국도변에 있는 톈루 휴양촌에서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있다. 아직 상당수의 매몰자가 있지만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위츠샹에서 좀 떨어진 산속에도 밍주(名竹)교가 붕괴되는 바람에 수십명이 고립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서 방재 전진기지를 지휘하고 있는 내정부(내무부)의 린중선(林中森) 차관은 타이베이(臺北)의 방재본부와 상시 영상채널을 열어 놓고 구호상황을 보고하는 한편, 각종 구호물자를 요청하고 있었다. 음료수와 컵라면, 텐트가 가장 긴급하다는 것이 전진기지 관계자의 말이었다.

전진기지 관계자는 타이중 북쪽으로 흐르는 다지아(大甲)강을 가로막고 있는 다지아 댐의 균열상태가 심각한 상태라며 우려했다. 수력발전 불능은 물론이고 강진이 이어질 경우 댐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난터우 동부 산악지역에 있는 르위에단(日月潭)댐과 최대규모의 쑨문호수 댐이 모두 균열이 생겨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전진기지에 따르면 22일 하오 난터우현의 피해는 사망 620명, 실종 116명, 부상 1,116명이며 붕괴건물이 1,878동이다. 이틀동안 617명이 구조됐으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399명에 이른다.

16명으로 구성된 한국의 119구조팀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인명 구조및 수색활동에 들어갔다.

난터우=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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