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기준없이 무기명 투표로 대상자를 선정한 뒤 사직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특히 경제 형편상 퇴직금을 받은 이후에도 면직처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서울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이수형·李秀衡부장판사)는 H씨가 D공사를 상대로 낸 면직처분무효확인소송에서 『D공사는 H씨가 복직될 때까지 95년10월분부터 매월 39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H씨가 승진·연령 등의 서류심사에선 62명 가운데 전직 우선순위가 60위에 불과했는데도 심사위원회의 무기명투표결과 5위를 기록, 전직대상자로 확정된 것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로 볼 수 없다』며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했어도 실질적으로는 해고이며, 적법한 해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만큼 면직처분은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편 『H씨가 퇴직금을 이미 받은데다 사직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 소를 제기했으나 퇴직금은 생계유지를 위해 부득이 받은 점이 인정되는 만큼 소송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74년 D공사에 임용된 H씨는 95년 공사측이 2급 간부 62명 가운데 5명을 면직하는 과정에서 서류심사에선 대상에 들지 않았으나 전직심사위원회의 무기명투표로 대상에 포함돼 사직을 강요당하자 지난해 소송을 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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