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관계장관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범정부 차원의 통신감청 대책을 발표한 것은 감청·도청과 관련한 국민 불안이 도를 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정보통신부에서 감청 현황과 대책을 1차 발표한 데 이어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법무부 행정자치부 정통부 국가정보원 등 관련부처 공동으로 대책마련 작업을 해왔다.그러나 이날 발표된 내용은 대책보다는 현 정부들어 감청건수가 줄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감청과 관련한 오해를 지적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감청 관련 의혹을 해소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감청 현황 정부는 발표문에서 국내 범죄율이 97년 4.88%, 98년 10.7%, 99년 상반기 1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감청 건수는 올 상반기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3% 감소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유괴·협박사건과 같이 촌각을 다퉈 법원의 영장을 받을 여유가 없을 때 실시하는 긴급감청도 지난해에 비해 76.5% 줄었다고 밝혔다. 또 긴급감청의 경우 현행법상에는 48시간으로 돼있으나 지난해말부터 36시간으로 단축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청과 관련한 오해 정부는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전화·통신 가입자의 인적사항과 통신기기 설치장소, 통화 상대방의 전화번호 등을 확인하는 「사실조회」가 마치 전화 내용을 엿듣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조회는 공범이 있는지 여부와 범인 소재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수사담당자가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로 감청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감청 감소와 달리 사실조회 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50.3% 증가한 것은 범죄증가와 휴대전화 보급 급증에 따른 것이지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심부름센터 등 사설업체의 불법도청이 국가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받아 실시하는 적법감청과 혼동되고 있다면서 현재 수사기관에서는 법절차를 무시하는 사례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대책 정부는 그러나 국민들이 실제 불안을 느끼고 있는 만큼 감청을 하더라도 법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통신비밀보호와 관련한 상황을 정기적으로 국민에게 공개해 실상을 정확히 알리기로 했다.
또 감청 대상범죄 축소와 불법도청에 대한 형량 강화 등을 골자로 통신비밀보호법을 이른 시일내에 개정하고, 수사상 필요한 사실조회와 인적사항 확인도 엄격히 해 대상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함께 수사기관의 위법행위는 물론, 사설 신용조사업체 등의 불법도청과 민간업체의 개인신상정보 불법 유출 행위를 철저히 단속해 불법도청을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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