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예산은 「IMF를 넘어 새 천년으로」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방하고 있으나 내용은 「총선예산」이라는 지적을 부정하기 어렵게 됐다.●99년과 다른 예산원칙
진념(陳稔) 기획예산처 장관은 『문화, 벤처, 과학기술 예산을 많이 올렸고 재정규모 증가율은 경상성장률보다 3% 포인트 낮춰잡았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올해 예산이 금융구조조정과 실업대책을 축으로 나라 살리기와 경제 살리기에 역점을 둔 비상예산이었다면 내년 예산은 미래 대비, 산업경쟁력 강화, 중산층·서민 지원, 지방발전과 건전재정 회복 등 정상화 예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의 이같은 예산편성 방향은 재정에서부터 「탈(脫) IMF」 시동을 걸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변화된 주요 내용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실업대책과 한시적 금융지원 예산의 대폭 삭감, 사회복지 및 문화·관광 예산의 확충이다. 공공근로 등 실업대책 예산은 3조2,552억원에서 1조5,677억원으로 무려 51.8%나 줄었고 중소기업의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금융지원 등 한시지원 예산도 2조5,134억원에서 1조4,784억원으로 41.2% 감소했다. 반면 노인, 장애인, 취약계층 등 소외계층에 대한 예산이 37.5% 느는 등 사회복지 예산(5조6,624억원)은 11.9% 증액됐다. 총액은 적지만 최대 증가율(40.1%)을 기록한 문화·관광 예산(9,315억원)은 사상 처음 정부 예산의 1%를 확보했다.
하지만 농어촌(4.3%)과 사회간접자본(4.7%)에는 재정규모 증가율(5%)을 밑도는 돈을 준 반면 공무원 인건비(12.9%)는 재정규모 증가율의 두 배가 넘는 예산을 지원한 것이 과연 새 천년을 대비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필수적인 지는 의심스럽다.
●예상되는 문제점들
중산층·서민층에 대한 복지예산이 IMF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경제여건속에서 때이른 감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선진국형 「복지병」으로 이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또 공공개혁이 크게 흔들리면서 고통분담 원칙에 따라 추진됐던 공무원 임금억제 정책이 한꺼번에 허물어져 민간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금융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추가적인 공적자금 소요가 발생할 경우, 땜질식 예산과 재정운영의 난맥상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4대 연금기금등 공공기금에 대한 확실한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적자 예산에 의외의 복병이 될 수 있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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