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접수가 지난 11일 마감됐다. 매년 그렇지만 올해에도 11월17일 수능시험날은 춥고 온 나라가 떠들썩할 것인가.수능시험일은 학생 학부모, 담당교사 모두가 온 정성과 정력을 다 바쳐 준비하고 맞이하는 날이다. 정부기관 대기업은 출근시간을 1시간씩 늦추곤 한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30여년간 봉직해온 교사로서 꼭 이렇게 다른 분야의 업무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야단법석을 피워야 하는지, 조용한 분위기에서 시험을 치르게 할 수는 없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현행 수능시험은 오전 8시30분 입실 이후 오후 5시20분까지 진행된다. 수험생들에게는 그야말로 중노동이다. 시험시간만 약 9시간, 집에서 출발하는 것부터 계산하면 10~11시간에 이른다. 이와 같이 장시간 긴장된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란 어렵다. 꼭 이렇게 군사작전하듯 전격적으로 하루에 수능시험을 치러야 하는 것일까. 그 해결책으로 이틀간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해 본다. 이틀에 걸쳐 오전10시에 시작해 오후3시에 끝내면 수험생들은 여유를 갖고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항을 수능시험의 주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질의했더니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첫째, 수험료문제이다. 98년도에는 1만2,000원이었는데 99년도에는 1만5,000원으로 인상됐다. 한 교실의 수험생 40명을 32명으로 줄이고 감독선생님들의 4시간 연속감독은 너무 벅차 1시간씩 줄여 주기 위해서란다. 그나마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기획예산처를 필두로 반대했다고 한다. 시험을 이틀 실시하면 수험료가 2만5,000원선이 될 텐데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둘째는 운영상의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보안이 어렵고 출제위원들이 하루를 더 연금상태에 있어야 해 단시일에는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능시험의 기본취지를 무시한 역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수능시험은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를 평가하되 대학입시의 정상화를 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오전10시부터 1교시 시험을 치르고 점심식사를 한 뒤 1시간 더 치르고 휴식한 다음, 다음날 계속한다면 수험생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여유있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험장에 갈 수 있고 출근대란도 예방돼 기업의 기회이익을 높일 수 있다. 가족 모두가 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험에서 편안하게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면 1만원의 추가부담은 새벽에 일찍 나오는 교통비로 대체될 수도 있으리라 본다. /채수연·한국제2외국어교사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