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 간부를 지내다 수년전 퇴직한 주삐중(周必忠)씨의 집은 오전에는 거의 전화가 불통이다. 그의 부인이 컴퓨터를 이용, 사이버 주식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5만위안(元 2,200만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는 그의 가정은 올 상반기 증권투자로 30%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요즈음 중국의 유명백화점에서는 수만위안(수백만원)이나 하는 담비나 밍크 모피 의류가 불티나게 팔리고 50만위안(7,500만원) 이상의 별장 구매자도 급증하고 있다. 자가용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달라진 중국의 생활수준은 국민의식속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70년대 중국인들이 가장 갖고 싶은 「老三件(라디오, 스테레오, 흑백 TV)」이 80년대에는 「新三件(컬러 TV, 스테레오, 세탁기)」로 바뀌었고 90년대 들어서는 「新新三件(에어컨, 주택, 자동차)」으로 변화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13억 인구가 먹고 입는 「온빠오(溫飽)」상태를 벗어나 삶의 질을 추구하는 「샤깡(小康)」수준에 진입했으며 21세기 초에는 서구선진국 생활수준인 「따퉁(大同)」의 풍요를 장담할 정도.
대약진 운동의 실패와 10여년간에 걸친 문화대혁명 등으로 극도의 피폐상을 보였던 중국의 경제가 대전환의 계기를 맞은 것은 78년에 열린 제11기 3중전회(中全會). 77년 7월 최고지도자로 복귀한 덩샤오핑(鄧小平)이 3중전회에서 정치보다 경제를 우선하는 개혁·개방정책을 선언한 것이다. 이후 중국은 20년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50년전 600억위안에 불과하던 국내총생산(GDP)은 98년 7조9,500억위안으로 천문학적으로 늘어났고, 11억3,000만달러에 불과하던 교역량도 지난해 405억달러로 급성장, 엄청난 무역흑자가 이어지며 현재 중국 외환 보유고는 1,500억달러로 세계 2위로 부상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지금 엄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98년 중국에 밀어닥친 아시아 금융위기의 한파는 대외수출과 성장에 타격을 주었다. 국내적으로는 97년을 기점으로 초과공급, 내수침체에 따라 통화긴축, 물가지수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 목표인 7%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 국채발행 증대, 금리 인하, 각종 사회간접자본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풀릴 줄 모르고 디플레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중국정부가 저소득자 생활보장 및 내수확대를 위해 20%에 달하는 이자소득세 부과 방침 정책도 주민소비와 개인투자 유도, 재정수입 증대를 목표로 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95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국유기업 개혁을 2001년까지 완성하겠다고 장담하고 있으나 기득권 세력의 반발, 대량실업 야기 등으로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공유제라는 사회주의 마지막 금단의 영역을 뒤흔드는 각종 개혁은 보수파들의 반발로 현체제의 운명을 가름하는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세계역사상 유래가 없는 「사회주의 속의 자본주의」식 경제 대변혁의 길을 가고 있는 중국의 고뇌는 그래서 더욱 깊어가고 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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