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의 권력은 다양한 도전을 받고 있으며 오너(OWNER)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공인들의 비정상적이고 탈법적인 행위를 으레 그러려니 하고 눈감아 주던 국민들이 이제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해당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사회여론은 어느 분야에 대해서든 목청 높여 발언하고 잘못을 지적하고 나선다. 정치·경제적 환경변화와 시민의식의 성장 덕분이겠지만, 우리 사회는 조금씩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행하고 있는 중이다.그러나 정작 각 분야의 권력자들이나 오너들은 이런 변화의 의미와 그 광범함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둔감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은 시대의 흐름에 어두운채 구태(舊態)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타인에 대한 강제력으로 무장한 권력은 자신이 보유한 강제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한 스스로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믿음은 1인체제의 폐해를 더욱 조장하고 독선과 아집을 키운다. 권력이라는 재산권과 소유권을 길이길이 향유하려는 인간의 성향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든 똑같다. 그래서 3김청산이라는 정치운동이 벌어지고 재벌에 대한 인적 청산론과 같은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아직도 스스로를 PK권력의 오너라고 믿는 김영삼 전대통령이 민주산악회를 재건하려던 시도는 일단 좌절됐다. 민심이 외면하고, 그를 정치적인 아버지처럼 따르던 부산·경남지역의 의원들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은 시대가 달라졌음을 알게 여당의 내부에서도 지역주의에 입각한 정권유지와 1인지배체제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 그 목소리는 아직 미약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의도도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목적이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여당 내에서 지도체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IMF 이후의 달라진 경영환경과 구조조정의 필요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빚어진 일이지만, 재계에서는 여러 기업이 이미 총수의 퇴진을 경험한 바 있다. 전경련의 회장인 김우중씨는 대우사태로 인해 사실상 퇴출상태이다. 앞으로 어떤 기업의 오너가 어떤 수모를 당할는지 알 수 없다. 이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은 정부만의 요구가 아닌 것이다. 오너들로서는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누가 만들어 놓은 정치판인데」, 「이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데」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지배체제를 개선하라는 요구는 가당찮은 일임에 틀림없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오너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해방후 숨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의 산업화나 민주화는 그들의 주도로 성취된 것이기도 하다. 그들의 판단과 결정은 국가경영과 기업경영에서 절대적이었으며 그들이 없었으면 우리는 오늘날 이만큼 살 수 있게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신이었고 신성불가침한 1인자였으며 해당 분야의 제왕이었다. 오너들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곧 국가라거나 내가 곧 기업이라는 식의 유아독존적 사고와 행태이며,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공개념이다. 자신의 국가·기업경영이 모든 구성원의 행복과 이익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함에 따라 나라는 갈라지고 기업은 기울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이제 독단적인 인치(人治)와 비합리적인 경영을 더 이상 수용하지 않으려 지금은 모든 행동의사 결정과정에서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만 아니면 되는 일이 없을까』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모든 권력은 공공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어야 그렇지 못한 권력은 퇴출과 구조조정의 압력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이제 사람에 의한 지배와 통치를 지양하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제도와 틀을 바탕으로 발전해야 새로운 제도와 틀은 각각의 구성원이 자기 몫을 충실히 하면 충분한 보상을 받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후계자가 길러지도록 사람을 키우는 시스템이어야 한다./임철순 편집국 국차장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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