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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이야기] 몽실언니/권정생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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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이야기] 몽실언니/권정생 지음

입력
1999.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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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질로 씹히는 가난의 기억, 「몽실언니」아동문학 작가 권정생(62)씨가 열살 소녀 몽실이를 맨 처음 세상 속으로 내보낸 것은 81년. 기독여성연합회의 회지 「새가정」의 매월 연재물이었다. 몽실이라는 가녀린 열살바기 소녀를 해방직후~6.25, 현대사에서 가장 넘기 힘들었던 질곡의 시간에, 그것도 한가운데로 내보냈다.

지금은 「은실이」「그때를 아십니까」 등 과거를 파는 오락물이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러나 군사정권기, 이념 과잉의 시절, 우리 이야기를 그린 아동문학이라 해봤자 『공산당이 싫어요』 등 반공일색. 가난을 가난이라고 말할 수 없던 때였다.

그러나 「몽실언니」는 쇠비름 냄새 뿐인 가난의 기억을, 오늘도 육질로 생생히 씹혀준다. 84년 창작과 비평사에서 초판이 선보인 이래, 이 소설은 90년 맞춤법 손질을 거쳐 지난 8월로 개정 39쇄까지 발행돼, 모두 30만부 이상 팔려나간 것으로 짐작된다. 꾸준히 팔리는 책, 스테디셀러의 전형이다.

『조심스럽게 썼어요』 「몽실언니」에 관한 작가 권씨의 첫 기억이다. 특히 몽실이가 부상당한 여자 인민군에게 도움주는 대목에 와서 그의 붓끝은 느려질 수 밖에 없었다. 힘겨운 퇴고의 시간들이었다.

몽실이를 외진 데서 건져 올린 것은 아동문고에 실을 작품을 열심히 찾고 있던 창작과비평사. 연재 끝나자 곧바로 단행본 제작에 들어간 몽실언니는 그야말로 저잣거리의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술장사 아주머니, 공사판 아저씨도 읽었다죠. 출판사에 주소를 물어 편지까지 보내왔더라구요. 꼭 자기 이야기 같다고』

지금 안동시 교외에서 외지와의 교류를 삼가고 글만 쓰는 권씨는 지난 8월 아동소설 「밥데기 죽데기」를 출간, 식지않는 창작열을 과시하고 있다. 창비의 홈페이지(www.changbi.co.kr)는 단행본으론 유일하게 「몽실언니」 코너를 갖고 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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