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박10일에 걸친 미국·독일방문을 마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19일 귀국발걸음도 그다지 가볍지않을 것 같다. 민산으로 인한 내홍(內訌)은 고비를 넘겼지만 비주류 중진들이 최근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있기 때문.신상우(申相佑)국회부의장은 17일 『이총재는 측근들만 배에 붙였다, 가슴에 붙였다 한다』면서 독선적인 당운영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나아가 이총재의 해외발언도 문제삼아 『정치문제 비판은 가능하다고 보지만, 국가신인도와 관련한 발언은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기택(李基澤)전총재권한대행도 같은날 『선거구제 문제도 해결안된 상태에서 현행대로 사고지구당 조직책 공모를 서두르는 것은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것』이라며 민감한 공천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대통령 중임과 정·부통령제」 등을 거론한 김덕룡(金德龍)부총재의 움직임도 신경쓰이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총재측은 일단 정면대응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순봉(河舜鳳)총장은 18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고매한 인격을 지닌 분이 그렇게 말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애써 신부의장 발언의 의미를 축소했다. 이총재가 귀국후 이들을 폭넓게 만나며 협조를 구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총재의 비주류 달래기에는 YS와의 전격 회동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당안팎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런 면에서 그나마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의 이날 발언은 이총재측으로서는 다소 고무적이다. 김전부총재는 이날 『총선 후에도 이총재가 유일한 대안으로 남는다면 도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총선전까지의 협조를 전제한 나름의 「한시적 지지론」인 셈이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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