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총리의 선문답식 발언내용이 또다시 정치권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김총리는 국민회의 일부 의원들이 자민련과의 통합을 요청한데 대해 『국가차원에서 생각하겠다』고 답변 했는데,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합당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물론 김총리의 답변내용이 똑 떨어지게 합당을 시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 내각제 개헌문제 당시의 상황에 비춰볼때 그 발언의 경위가 유사하고 수준도 같다는 점에서 이같은 해석이 전혀 무리는 아니다.우리는 공동여당의 합당여부에 대해 가타 부타의 평가를 내릴 입장은 아니다. 정치인의 행동에 대한 판단의 몫은 국민에게 있고, 그에 따른 심판을 투표로 행사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애매모호한 정치행위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고 있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국민의 입장은 그리 유쾌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한창 창당이 추진되고 있는 신당의 모습은 향후 김총리 운신에 따라 큰 변화를 보일지도 모른다. 지도체제는 물론 이념과 정책기조등 신당의 근간부터 새로운 틀을 짜도록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미래정당이라는 신당의 진짜 모습은 무엇이고, 김총리와 자민련이 들어선 신당이 새시대 이미지에 걸맞은 정당이라고는 말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당에 충원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국민들의 머리는 이런 의문들로 갈수록 복잡해져 가고 있다.
우리는 정치지도자의 분명하지 않은 언행이 국민을 혼동시킬뿐만 아니라, 결국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원인이 된다는 점을 특히 정치지도자들 자신이 유념해 주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지난 1년간 내각제 개헌문제와 관련, 정치지도자들의 소모적 행보가 국정의 효율을 떨어 뜨렸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이와함께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국가적 차원」으로 비약시키는 일도 삼가주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솔직이 말해 김총리가 통합의 뜻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김총리 개인의 정치적 이유가 더 큰 배경이 될 것이다. YS가 민주산악회 재건을 총선이후로 연기한 것을 이번 발언의 한 배경으로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총리가 통합시사를 국가적 차원으로 끌어 올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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