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이 17일 대북제재 완화조치를 공식발표한 것은 베를린 북·미고위급회담에서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당시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추가시험발사 중단」을 양보받은 대가로 가능한 조속한 시일내에 대북제재 완화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었다. 이로써 북·미관계는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언급한 이른바 「북·미관계 정상화」를 향한 대장정의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이날 발표된 내용은 예상대로 주로 경제제재완화가 주류를 이루었다. 북한에 대한 수출과 투자 및 금융거래 금지 등을 해제하는 것 등을 주내용으로 한 이번 조치는 대부분 행정부 재량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제재완화조치의 효력은 발표 즉시 발생하긴 하지만 관련부처 등의 협의과정 등 행정절차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로 시행되는 것은 다음달 말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제재완화가 시행될 경우 북한은 현재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는 리비아 쿠바 등 7개국 가운데 최근 미국과 관계개선이 진행되고 있는 쿠바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번 완화조치에서 제외된 테러지원국 지정에 따른 제재 등의 해제문제는 앞으로 북·미 협의과정에서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 위반국에 대해 취해지고 있는 방산물자 수출입금지조치의 해제문제도 북·미 미사일협상과 병행해 다뤄질 사안이다.
이날 미국이 「선(先)제재해제」를 취함으로써 북한과 미국간의 외교게임에서는 일단 공이 북한측으로 넘어갔다. 이제 북한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하는 순서다. 이와 관련, 북한은 우선 미국과의 추가협상 테이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와 미 국무부간의 이른바 「뉴욕채널」을 통한 물밑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미사일협상이 먼저 재개될 것이라는게 중론. 미국이 선제재해제 약속을 이행한 만큼 미사일협상은 이르면 이달안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이 맡게될 것이 유력한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고위급 협상도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그러나 여러 갈래의 협상이 곧장 원만한 타결로 이어질 것같지는 않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번 조치는 군부 등 강경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은 북한정권내의 협상론자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미국의 전략』이라며 『앞으로 진행될 여러 채널의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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