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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풍경'99] 정통 홈드라마 왜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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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풍경'99] 정통 홈드라마 왜 사라지나

입력
1999.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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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청자는 왕이 누구에게 암살당했느냐 보다 이웃 풋주간집 사람이 누구하고 결혼하느냐가 더 큰 관심사이다. 이같은 일상사를 다룬 홈드라마는 영원할 것이다』 (미국 드라마작가 패디 차이앱스키) 『가족 속에는 진실도 있고 애환도 있다. 그리고 가족을 보면 사회의 문제도 알 수 있어 홈드라마는 중요한 장르이다』 (일본 시나리오 작가겸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홈드라마의 일반론이 요즘 우리의 텔레비전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쪽 저쪽으로 채널을 돌려봐도 보이는 것은 젊은이들을 겨냥한 트렌디 드라마와 시트콤, 코믹 멜로물 뿐. 정통 홈드라마의 유효성은 이제 상실된 것인가?

정통 홈드라마 현주소.

30여년동안 2~3세대로 구성된 가족을 중심으로 갈등과 화해 그리고 사랑을 건강하게 그린 정통 「홈드라마」(Domestic Drama 또는 Home Drama)는 우리 드라마의 대표적 장르였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길 수 있는 주제와 극적 스케일 그리고 15명 안팎의 출연진들로 꾸며진 홈드라마. 방송사는 이 홈드라마를 통해 건강하고 바람직한 가족상을 제시해왔다. 70년대 「꽃피는 팔도강산」, 80년대 「보통 사람들」, 90년대 「사랑이 뭐길래」 「당신이 그리워질 때」 「흐르는 것은 세월 뿐이랴」 등을 보면서 시청자는 나의 가족이야기인냥 웃고, 감동 받고, 또 눈물 흘렸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정통 홈드라마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요즘 방송사엔 한개 정도의 홈드라마가 그 명맥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젊은이 위주의 사랑을 중심으로 그려 나가는 기형적 홈드라마이다.

현재 3개 방송사에서 내보내는 드라마는 모두 25개. KBS의 경우, 9개 드라마중 홈드라마는 일일극 「사람의 집」 하나에 불과하다. MBC와 SBS 역시 마찬가지. MBC는 10개 중 일일극 「하나뿐인 당신」, SBS는 6개 드라마중 주말극 「파도」가 유일한 홈드라마이다. 이중에서 「정통」 홈드라마를 표방하는 드라마는 KBS 「사람의 집」 하나 뿐. 그러나 「사람의 집」역시 젊은 자녀들의 사랑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를 이루는 멜로드라마이다. MBC 「하나뿐인 당신」은 축첩등 파행적 가족구조를 갖고 있어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홈드라마라고 보기엔 사실 아쉬운 점이 많다.

이에 비해 방송사마다 「트렌디 드라마」(trendy drama) 시트콤, 젊은이를 겨냥한 「시트콤」(Sitcom) 이 3~6개에 이르고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

왜 홈드라마가 사라지나.

92년 MBC 「질투」를 시작으로 9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젊은이 위주의 트렌디 드라마 붐은 이제 안방을 점령한지 오래.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설정, 1회성 웃음만을 전달하는 시트콤이 홍수를 이루면서 정통 홈드라마는 안방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

KBS 최상식국장은 홈드라마 감소 원인으로 시청자의 기호변화와 드라마 영상기술의 발달을 꼽는다. 『더 이상 고부간의 갈등이나 가족간의 애증은 시청자들에게 먹혀들지 않는 식상한 주제이다. 또한 화면기술의 발달은 내용으로 승부하던 텔레비전 시대에서 화려하고 현란한 영상미로 시청자를 잡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홈드라마의 사멸화를 사회 및 문화적 측면에서 분석할 수도 있다. 70~80년대 산업화의 가속으로 90년대 전통 가족의 형태가 완전히 해체되면서 가족 드라마는 이제 더이상 시대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가벼운 인스턴트 소비 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채널권과 시청률에 폭발적인 영향을 미치는 층이 주부나 성인에서 10대 위주 청소년층으로 바뀌면서 삶의 깊이와 진정성을 담는 정통 홈드라마는 더 이상 시청자의 눈길을 잡을 수 있는 장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홈드라마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통 홈드라마가 사라지는 경향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족해체 현상이 가속화하는 바로 이때야말로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고 어른의 역할을 중시하는 정통 홈드라마는 꼭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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