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에 한국물(한국계 주식·채권)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대우사태때문에 가뜩이나 시장반응이 냉담한 시점에, 물량까지 폭주하다보니 국내 굴지의 기업과 은행들이 제값을 못받고 발행하는 사태가 속출, 「할인발행의 고착화」우려가 제기되고 있다.16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날 5억달러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하면서 국내주가보다 15.8% 싼 값으로 발행(할인발행)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관은 6월 2억달러의 해외 DR을 8% 할인발행했으며, 한빛은행도 8월초 10억달러의 DR발행때 21%의 할인율을 적용받았다.
해외DR은 국내 주가에 약간이나마 웃돈을 받고 발행(할증발행)하는 것이 관행. 우량공기업이긴 하나 올들어 한전 2.5% 포철 10.5% 한국통신은 무려 20.4%의 프레미엄을 받고 해외DR을 「할증」발행했었다. 그러나 민간기업과 은행들은, 모두 국내 간판급인데도 한결같이 국내 주가보다 더 받기는 커녕 한결같이 「할인」발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잇단 「헐값발행」에 대해 시기와 물량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내달초 외채조기상환과 대우사태에 따른 자기자본비율 하락분 만회를 위해, 기업은 부채비율감축을 위해 거의 동시에 외자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물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수요는 제한되어 있고, 대우사태로 선호도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지다보니 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에선 외환은행이 10억달러의 해외DR발행을 목표로 로드쇼에 들어간 상태이며, 조흥·한미은행들도 DR발행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벤치마킹」역할을 할 한빛은행, 현대자동차가 이미 할인발행을 했고, 또 대우사태이후 시장분위기가 점점 나빠지는 상황에서 호조건의 발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 국책은행 국제금융담당자는 『해외투자가들이 한국물가격을 「후려치기」하는 모습이 엿보이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시기와 물량조정등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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