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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백혈병 투병 아내 눈물겨운 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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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백혈병 투병 아내 눈물겨운 간호

입력
1999.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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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고르바초프(68) 전소련 대통령이 병마와 싸우고 있는 부인 라이사(67) 여사의 병상을 지키며 마지막 사랑을 불태우고 있다. 라이사는 백혈병으로 7월25일 독일 노르트_베스트팔렌주 뮌스터의 대학병원에 입원, 50일 넘게 치료을 받고있지만 아직 회복의 기미가 없다.화학요법으로 항암치료를 받아온 라이사 여사가 14일 갑자기 병세가 더욱 악화하면서 고르비는 비탄에 잠겼다. 주치의 토마스 뷔히너 박사는 『순환계에 문제가 발생해 라이사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혈압이 극도로 떨어지는 등 항암치료의 부작용이 나타난 때문이다. 결국 막내 여동생인 루드밀라 티토렌코(61)에게서 골수를 이식받기로 한 수술도 당분간 연기됐다.

고르비의 간호는 눈물겨운 정성이었다. 7월22일 모스크바에서 발병을 확인하고 클린턴 미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7월25일 라이사를 독일 병원에 입원시킨 이후 줄곧 병상을 지키고 있다.

고르비의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가 통독(統獨)을 앞당겼다고 믿는 독일은 고르비 부부에게 특히 호의적이었다. 고르비는 부인의 머리맡에서 독일인들이 하루에도 수백통씩 보내오는 위로 편지와 카드를 일일이 뜯어 읽어주었다. 고르비는 또 병원 인근에 호텔을 빌려 자녀들을 머물게 하면서 라이사에게 위안을 주기도 했다.

라이사의 입원과 고르비의 극진한 간호소식은 러시아 국민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모스크바 고르비재단에는 수천통의 위문편지가 도착했으며 주부에서부터 백혈병을 앓았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도움을 주겠다는 전화가 답지하고 있다.

골수기증 의사가 쇄도하고 치료에 사용하라며 약초와 의약품도 보내는 사람도 있다. 구소련군 장성의 미망인이라고 밝힌 한 부인은 전재산인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2만여달러를 보내기도 했다. 고르비 부부는 고국의 환대에 부둥켜 안고 눈물을 감추지못했다.

고르비 부부는 사실 그동안 러시아에서 좋은 평판을 얻지못했다. 소련연방의 해체와 그에 따른 경제·정치의 소용돌이가 바로 그의 탓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또 세련된 의상과 보석장식을 좋아한 라이사는 돈자랑에 여념이 없는 허풍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사실상 냉전을 종식시키고 90년에는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한 그였지만 권좌에서 물러난뒤 고르비 재단의 운영비가 없어 광고에 출연하기도 하는 등 안쓰런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이제 러시아 언론들은 『러시아 여자들은 라이사가 단지 자신들과 색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분개했었다』며 고르비 부부의 인생과 라이사의 병세를 수시로 보도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례적으로 「그와 그녀」「최고의 가족」 이라는 제목으로 고르비 부부의 사연을 대서특필하는가 하면 『언젠가 라이사와 미하일에 관한 전설이 쓰여질 것이며 그 제목은 사랑』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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