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금융대란설」에 대한 정부와 한국은행, 그리고 시장의 처방이 엇갈리고 있다. 11월 대란설이란 대우채권 환매비율이 현 50%에서 80%로 높아지는 11월10일부터 대량 환매사태가 발생, 투신사 유동성부족→채권투매→일부 투신사의 지급불능→금리상승→부실투신사 도산으로 이어지는 끔찍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가설이다.▦정부, 「대란」아닌 「불안」수준일 것
강봉균(康奉均)재경부장관은 15일 『대란은 문제의 본질을 모를 때 발생하는 것이지 알고 있을 때는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며 「대란설」을 일축했다.
11월 대란설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은 「유동성 지원」. 환매가 시작되어도 돌려줄 돈만 비축되면 사태확산은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투신사들이 이미 환매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는데다 모자랄 경우 은행들이 투신사 보유 채권을 직접 매입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한국은행이 통안증권이나 환매채(RP)를 통해 얼마든지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는 만큼 대량환매사태에 대응하지 못해 투신사가 쓰러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나 성업공사등을 통한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정부는 소극적이다. 재경부 당국자는 『필요하다면 공적 자금 투입도 하겠지만 11월 환매사태에 따른 금융시장불안은 충분한 유동성 공급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투신권, 유동성만으론 풀기 어렵다
「유동성」으로 11월 대란을 진압하겠다는 정부의 처방에 대해 정작 「유동성당국」인 한은은 냉소적이다. 한은 당국자는 『11월 대란설은 대우채권의 환매문제가 아니라 투신사의 지급능력 자체에 대한 불안감의 반영』이라며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투신사 신뢰도가 높아질 수는 없으며, 어차피 들어갈 공적 자금이라면 분명한 손실분담원칙 제시와 함께 투입계획을 조기 제시해야만 시장안정이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투신사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공적자금 투입없이 유동성 지원만 반복할 경우 「11월 대란」을 「2월 대란」(95% 환매시점)으로 연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투신사쪽도 시각은 비슷하다. 한 투신사 채권담당자는 『대우채권만이라도 배드펀드를 빨리 만들어 정부와 투신사간 손실분담비율을 정하고 필요한 공적 자금투입을 완료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공적 자금 투입 이상의 확실한 시장안정 메시지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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