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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맥] 민족문학작가회의-문학과 행동으로 인권탄압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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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맥] 민족문학작가회의-문학과 행동으로 인권탄압 맞서

입력
1999.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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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는 우리나라 저항문학의 상징이다. 이들은 문학을 통해서 유신과 5공의 인권탄압에 맞섰다. 또 저항문학에 자족하지 않고 시위대열에서, 농성장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들은 투옥 수배 해직을 반복했던 일체감을 통해 80년대 중반 치열한 노선대립과 90년대 이후 좌익의 전반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작가회의는 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김지하(金芝河)씨 석방투쟁과 문학인101인선언을 통해 유신반대를 분명히 했던 일단의 저항문인들이 반유신투쟁 조직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단체를 결성했다. 대표는 시인 고은(高銀)씨가 맡았으며 「창작과 비평」을 이끌어온 평론가 백낙청(白樂晴)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97년 작가회의 기관지「내일을 여는 작가」에 문인협의회 역사를 연재할 정도로 이 단체에 힘을 쏟았던 소설가 박태순(朴泰洵)씨, 현재 작가회의 부이사장인 소설가 이문구(李文求)경기대 문예창작과 교수, 7일 간암으로 타계한 시인 조태일(趙泰一)씨, 작가회의 이사장을 역임한 소설가 송기숙(宋基淑)전남대 국문과 교수 등이 핵심인물이었다. 작가회의 현 이사장인 시인 신경림(申庚林)씨, 부이사장인 평론가 염무웅(廉武雄)영남대 독문과 교수을 비롯해 시인 이시영(李時英)씨, 소설가 송기원(宋基元) 황석영(黃晳暎)씨, 평론가 김병걸(金炳傑)씨, 시인 겸 평론가 김규동(金奎東)씨 등이 창립멤버였다.

문인협의회는 당시 거의 유일한 합법공간이었던 성당과 교회에서 「민족문학의 밤」 「구속문인석방의 밤」을 개최, 국민들에게 저항정신을 불러일으켰다. 유신정권이 몰락하고 활동이 자유로워지자 이들은 80년 3월 계간문예지 「실천문학」을 창간했다. 계엄당국에 의해 걸핏하면 판매금지와 삭제조치를 당하기는 했지만 당시로서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문학지였다.

그러나 80년 5월 이후 상황은 돌변한다. 모든 공식활동은 중단되고 활동은 작가들의 골방과 단골 술집에서만 이뤄진다. 81년 이후 젊은 문인들은 몇몇씩 그룹을 지어 「5월시」 「시와 경제」등 동인지를 낸다. 「5월시」는 시인 김진경(金津經) 윤재철(尹載喆)씨, 「시와 경제」는 시인 황지우(黃芝雨) 김정환(金正煥)씨와 평론가 겸 시인 채광석(蔡光錫·87년 작고)씨가 주도했다. 교사출신인 김진경 윤재철씨는 84년 민중교육 지 사건으로 해직된 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채광석씨는 80년대 문학운동의 실질적인 리더였다. 5공정권의 탄압이 주춤해진 84년 문인협의회가 복원되자 동인지출신 문인들은 창립멤버에 이은 2세대로 협의회에 참가한다. 현재 40대 중·후반인 동인지 세대들은 현재 50~70대인 창립멤버들에 비해 이념적으로 보다 진보적이었으며 문학적인 노선도 분명했다. 이런 특성은 87년 6월항쟁 전후 민족해방문학론 민중민주문학론 노동해방문학론 등의 문학노선대립으로 이어져 조직이 와해직전에 내몰리기도 했다.

87년 9월 문인협의회는 작가회의로 재탄생한다. 이들의 새로운 모토는 「문학으로 말한다」였다. 열려진 공간에 맞춰 시위나 농성보다는 문학 자체로 저항문학의 이념을 널리 알리고 소모적인 노선대립을 불식시키겠다는 생각이었다. 작가회의 출범과 더불어 3세대가 형성됐다. 신경숙(申京淑) 공지영(孔枝泳) 은희경(殷熙耕)씨등 베스트셀러를 양산한 여류소설가 3인을 비롯해 94년 한국일보에 「미혼에게 바친다」를 연재한 소설가 이순원(李舜源)씨, 해직교사 출신의 시인 도종환(都鍾煥)씨, 소설가 겸 시인 김영현(金永顯)씨 등 현재 30대후반에서 40대초반인 3세대들은 선배들이 그토록 집착했던 사상적인 관심사에서 조금 벗어나 개인의 관심사에 천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유분방하며 개성도 강해 저항문인이라는 기존의 공통기준조차 적용키 어렵다.

올 연말께 작가회의는 중요한 총회를 가질 예정이다. 사회주의 몰락과 사회적 관심사의 다양화라는 조건 속에서 21세기 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다. 여기서는 문인들의 복지와 창작지원 문제가 핵심적인 이슈로 다뤄질 예정이다. 작가회의의 급속한 변화를 실감케하는 대목이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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