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것을 본 적이 없다.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검은 구멍_블랙홀. 연구자들은 실체를 잡을 수 없는 이 존재를 관측하기 위해 주위 물질의 흐름을 연구하는 등 간접적으로나마 관측방법을 고안해 왔다. 고등과학원 이인수박사는 미국 하버드대 스테픈 본박사와 함께 기존의 어떤 방법보다 간단히 블랙홀의 존재와 질량을 관측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15~17일 미국 뉴 햄프셔 포츠마우스에서 열리는 감마선 관련 국제 심포지엄인 제5회 콤프톤심포지엄(뉴햄프셔대학·미 항공우주국 공동주최)에서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한다.이박사의 논문제목은 「전파와 X선을 이용한 블랙홀의 질량을 재는 간단한 공식」. 블랙홀은 주위의 물질을 끌어들여 블랙홀 중심 주변에 고온의 기체가 소용돌이치는 입자유입 원반(Accretion Disc)을 갖게 된다. 블랙홀 중심에선 (반입자 외엔) 어떤 것도 방출되지 않는다고 믿어지지만 이 입자유입 원반에서는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전하를 띤 입자가 원운동을 하면 입자의 에너지정도에 따라 X선, 전파등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출 전자기파를 관측하면 블랙홀이 끌어당기는 힘(Accretion Rate)과 성질을 알아낼 수 있다. 이 힘은 블랙홀의 질량에 따라 결정되므로 방출되는 X선과 전파를 측정하면 거꾸로 블랙홀의 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박사는 태양의 10의6승~10의9승 질량을 가진 10개의 블랙홀을 측정한 결과 기존의 방법으로 측정된 질량과 모두 잘 맞아떨어졌다. 기존의 방법이 1년정도 걸리는 것에 비해 X선과 전파관측은 수시간∼수일밖에 걸리지 않고 복잡한 수학적 시뮬레이션과정이 필요없는 간단한 방법이다. 그동안 블랙홀의 존재와 질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질량이 큰 거성(巨星)과 블랙홀이 나란히 붙어있는 쌍성(雙星)일 경우 거성의 물질이 블랙홀쪽으로 빨려들어감에 따라 광도(光度)변화를 측정하는 동역학적인 방법을 써왔다. 이인수박사는 『손쉽게 블랙홀의 후보자를 찾아 기존의 방법으로 재확인하는 식으로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등과학원 김정욱원장은 『우주빅뱅 직후 균일했던 우주질량이 요동하면서 물질과 천체를 만드는 과정을 알기 위해선 우주의 질량, 블랙홀의 분포를 알아내는 것이 필수』라며 『블랙홀을 손쉽게 발견함으로써 이같은 연구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키워드]블랙홀
자체 중력이 매우 커서 주위물질을 끌어당겨 빛보다 빠르지 않다면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 바로 블랙홀이다. 지구의 중력을 이기고 우주밖으로 나가려면 초속 11㎞의 속도가 필요하지만 블랙홀에선 빛(초속 30만㎞)조차 탈출할 수 없다. 만약 태양을 3㎞, 지구를 5㎝, 사람을 10의23승분의1㎝로 압축하면 중력밀도가 높아져 블랙홀이 된다. 연구자들은 큰 별이 폭발하면서 생긴 블랙홀, 은하중심에 존재하는 블랙홀, 우주생성초기 형성된 작은 블랙홀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