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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어머니의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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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어머니의 텃밭

입력
1999.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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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복천동 친정집 마당에는 텃밭이 하나 있어 운치있고 정감어린 도시속의 시골풍경을 연출한다. 친정어머니는 일흔의 나이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집안 일을 많이 한다. 어머니는 빈터만 보면 무엇이든 심으려 한다. 올해도 앵두와 산딸기를 심어 실컷 따서 얼마나 먹었던지. 우리 아이들도 무척 신기해하면서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요즘은 예쁜 오이꽃과 수세미꽃이 밝은 희망처럼 피어있다.내가 가끔 친정 마당에 들어서면 어머니는 어느새 뒤뜰 모퉁이를 돌아오면서 치마폭에 연초록의 애호박과 풋고추, 상추, 깻잎, 부추, 파, 가지, 방아잎을 잔뜩 따가지고 온다. 어머니는 반찬 값 들지않아 좋고, 이웃과 나눠먹는 보람도 있어 좋다고 한다.

이 텃밭은 그냥 텃밭이 아니다. 어머니는 12년전 작고한 아버지, 우리 6남매와 함께 이곳에서 35년이나 살고있다. 지금은 자식들 모두 출가하고 혼자 계시지만 이곳 텃밭에 있을때만은 외로움을 잊고, 고생하면서도 웃음꽃을 피웠던 지난 세월이 다시 생각난다고 한다. 마당의 채소를 가꾸면 잠시나마 힘둘고 고단한 세상 일을 잊을 수 있다고도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마당의 꽃을 보고 채소를 따면서 자랐다. 지금도 텃밭을 보고 어머니가 따주는 채소를 받아들면 아스라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지금 마당에는 출가해 떠난 자식들과 따뜻한 이웃같은 채소들이 투명한 잠자리 날개같은 가을 햇살을 받으며 너울너울 자라고 있다.

올망졸망 매달린 귀여운 조롱박, 윤이 나는 대추열매, 잎에서 고기 비린내가 나는 어성초, 담 위로 무성하게 펼쳐진 호박잎, 알알이 영근 포도송이, 장독대 둘레에 앙증스럽게 핀 채송화, 그리고 봉숭아 맨드라미 과꽃 분꽃…. 빨갛게 익어가는 석류 사이로 핏빛 저녁노을이 장엄하게 지면 풀섶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소중한 보물들이 가득하고 지난 세월의 추억과 삶이 아직 오롯이 살아있는, 어머니의 숨결같은 이 텃밭을 나는 오랫동안 사랑할 것이다. /김영련·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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