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3일 폐막된 APEC 정상회의에서 아·태지역의 새 밀레니엄에 대비한 「사회적 화합(social harmony)」이라는 제안을 했다. 사회적 화합론은 역내 선진국과 후진국간 경제적·사회적 격차를 해소,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 제안은 APEC 각료회의에서 공동성명으로 채택됐으며 정상회의도 이를 추인, APEC의 주요 주제로 자리잡게 됐다.김대통령의 사회적 화합론은 선·후진국간 입장대립으로 실천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온 APEC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APEC은 창설 이후 10년 동안 선진국의 무역자유화 논리와 개도국의 기술이전협력 요구라는 상반된 테마 속에서 평행선을 달려왔다. APEC은 매년 정상회의에서 「아·태 지역의 번영」을 기조로 하는 선언을 발표했지만, 그 선언은 전혀 구속력없는 공언(空言)에 그치고 말았다.
김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무차별적인 시장개방, 무조건적인 기술이전 모두를 배제하고 주고 받을 수 있는 접점으로 사회적 화합론을 제시한 것이다. 기술 자체의 이전이 아니라 후진국의 인적자원 개발, 교육지원, 정보제공 등으로 역내 국가들의 격차를 줄이자는 제안이다.
이 제안의 저변에는 후진국을 육성하지 않을 경우 결국 선진국들도 시장을 잃고 역내 불안정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김대통령이 국내에서 추진해온 중산층 육성정책, 생산적 복지론을 국제적으로 확대한 「중산국(中産國)육성론」으로 볼 수 있다.
김대통령은 그 실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장(場)으로 「서울포럼」을 제의, 채택됐다. 서울포럼에는 APEC 회원국의 각료·전문가·학자 들이 참석, 국가간 격차 해소를 비롯, 금융위기 재발방지책을 논의한다.
이번 APEC 정상회의가 성장기반의 지속적 강화, 향후 발전방향, 투자무역 자유화를 주의제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김대통령의 사회적 화합론에 기초한 서울포럼 제안은 이들 의제를 포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APEC 투자박람회를 성사시킨 데 이어 내년 3월 서울포럼도 개최키로 해 나름대로 APEC 외교무대에서 이니셔티브를 취했다는 평가가 따르고 있다.
동티모르 문제의 주도적인 이슈화도 의미있는 대목이었다. APEC이 진로를 놓고 고민을 하는 시점에서 이같은 김대통령의 적극적 역할은 APEC에도 일종의 돌파구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오클랜드=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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