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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티모르, 국제여론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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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티모르, 국제여론의 승리

입력
1999.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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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학살극이 이어지던 동티모르 사태는 인도네시아가 유엔 평화유지군 파병을 수용함으로써 수습의 길이 열렸다. 평화유지군이 사태를 장악하는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동티모르인들의 생명과 국제정의가 함께 짓밟히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는 상황은 일단 벗어나게 됐다.인도네시아가 국제사회의 압력을 수용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아래 있는 인도네시아는 구제금융을 비롯한 경제지원 중단압력을 감당키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유혈사태를 조종해온 인도네시아 군부도 경제파탄 위기와 유엔의 「전범재판」위협에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는 강력한 군부는 평화유지군 활동과 독립절차의 이행을 어떻게든 방해할 것으로 보여 불안요인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영향력 행사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언론을 비롯한 국제 여론의 감시역할이다. 유엔의 개입을 완강하게 거부하던 인도네시아에 영향력이 큰 미국과 영국 등은 당초 인도네시아 군부를 자극하지 않기위해 적극개입을 기피했다. 그러나 국제언론은 「인권 우선」을 표방해온 미국과 영국 등의 위선적 태도를 강력하게 비판, 국제 여론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각국정부도 여론을 따르게 된 것이다.

국제언론은 75년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무력합병할 때 미국과 영국, 호주 정부가 전략적·경제적 이해때문에 이를 부추기거나 용인한 사실까지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또 서방 강대국들이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인 20만명을 학살한 것도 눈감고 은폐한 반면, 인도네시아군에 무기공급을 도맡았다고 비판했다. 독립투표후 학살을 자행한 이른바 「반독립파 민병대」가 내전 당사자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군이 조직한 앞잡이 집단이란 사실도 비판적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같은 국제언론의 여론조성 역할은 동티모르 독립절차가 강대국과 주변국의 이해관계때문에 방해받는 것을 막는데도 긴요하다고 본다.

동티모르 사태의 긍정적 반전은 국제관계를 지배해온 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를 제치고 진정한 「국제정의」가 실현될 것이란 희망을 갖게하는 드문 사례다. 이런 점에서 김대중대통령이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의 적극개입과 정의실현을 주창하고, 경실련등 국내 시민단체가 동티모르 독립을 지원하는 국제연대 활동에 나선 것은 옳은 일이다. 나라의 위상을 높이려면, 대의명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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