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최근 당정협의를 통해 확정한 내년도 나라살림살이(예산편성)를 들여다 보면 두가지 대목에 눈길이 간다. 하나는 공무원 봉급을 추가로 올려주기 위한 예비비 4,000억원 확보다. 또 다른 하나는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예산(공적자금 추가투입)은 한푼도 없다는 사실이다.기획예산처의 설명은 이렇다. 밑빠진 독(금융구조조정)에 쏟아 부어야 할 물(공적 자금)이 얼마나 될 지 모르기 때문에 공적자금 추가투입에 따른 이자지급 등의 예산을 짤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64조원 외에 추가자금이 더 들지 않을 것이라는 「고집스런 낙관」이다. 금융감독위원회 등 금융당국과 금융전문가들은 대우사태 등으로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확보해야 한다고 사이렌을 울려대고 있는데도….
여당도 금융현안 해결이라는 「경제 제1현안」에 대해서는 무관심이다. 단지 「표」를 모을 민원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선거를 앞두고 금융부실에 국민혈세를 뭉텅 써야 한다는 얘기를 할 용기가 없고, 공적자금의 추가투입이 필요하면 그때 「땜방」(추가경정) 예산을 짜면 된다는 근거없는 배짱이다. 수십만명의 공무원 표는 무섭지만 금융구조조정은 뒷전이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내년에 공무원 봉급을 6.7% 올리기로 확정하고 추가인상에 대비해 4,000억원의 예비비를 따로 준비했다. 얼마 들지 모르지만 들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공무원 봉급인상 예산을 확보해 놓은 치밀함과 금융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공적 자금의 추가확보가 필요하지만 얼마가 들지 정확히 모른다며 예산을 한푼도 반영하지 않은 얼치기행정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윤순환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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