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이 이슬람 원리주의의 확산에 몸살을 앓고 있다. 다게스탄 러시아군 숙소 폭탄테러에 이어 9일 발생한 모스크바 아파트 폭발도 이슬람 분리운동 세력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산악을 거점으로 한 게릴라전을 주로 벌여온 이들의 활동 범위가 러시아 전역, 특히 인구가 밀집된 도심 테러로 옮겨지는 추세다. 부패사건으로 정치혼란을 겪고 있는 러시아는 남부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2개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고 도심 테러에 대해서도 특별한 대책이 없는 듯하다.잇단 테러 최소한 52명의 사망자를 낸 모스크바 아파트 폭발사고는 이슬람 분리운동 세력의 테러로 귀결되고 있다. 사고 직후 언론사에 걸려온 전화는 『아파트 폭파는 체첸과 다게스탄 폭격에 대한 보복』이라며 『모스크바에서 또다른 폭발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31일에는 크렘린 부근 쇼핑몰에서 폭탄이 터졌고 4일에는 남부 다게스탄의 러시아군 숙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 64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했다. 올해초 우즈벡에서 벌어진 대통령 암살 미수사건 등 연쇄적인 폭탄테러도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릴라전 체첸 이슬람 반군 5,000여명이 지난 5일 다게스탄 공화국에 침범, 러시아군과 전투가 재개됐다. 94년 체첸 전쟁의 주역 샤밀 바사예프가 이끄는 「와하비 이슬람 운동」의 목표는 카프카스 전역에 이슬람 율법에 충실한 이슬람 공화국을 건설하는 것. 이들은 러시아에 대해 「지하드(성전·聖戰)」를 선포하고 수시로 국경을 침범해왔다. 러시아는 다게스탄 전역에 주민총동원령을 내린 가운데 총공세에 나섰지만 9일 수호이 25 전투기 1대가 격추되고 지금까지 1,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고전을 치르고 있다. 특히 러시아군의 지나친 「토벌작전」으로 민심마저 돌아서고 있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도 지난달부터 타지키스탄에서 넘어온 700여명의 이슬람 무장집단이 산악지역을 점령중이다. 우즈베키스탄에 근거를 둔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소속인 이들은 그동안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 4개국을 넘나들며 세력을 넓혀왔다. 지난달 23일에는 키르기스 남부로 넘어가 일본인 광산기사 4명등 150여명을 인질로 잡았다.
배경 중앙아시아 이슬람 원리주의의 뿌리는 79년 구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소(蘇) 전쟁에 참전한 아랍 지원병들은 모국으로 돌아갔으나 파키스탄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정권안정 차원에서 이들을 국외로 추방했다. 이들이 다시 집결한 곳은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아프가니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 산악지역. 민족을 초월한 다국적군의 성격을 띤 반군들은 소련이 붕괴되자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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