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여성은 남성보다 진일보된 성행태를 보인다. 남성과 동물의 수컷은 성적 욕구나 성행위에 있어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동물의 암컷은 발정기에만 교미가 가능한 반면 여성은 항상 성교가 가능하다. 클리토리스(음핵)라는 특별한 구조를 통해 성적 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이를 진화론적으로 해석하면 새끼의 잉태기간과 양육기간이 길다 보니 수컷의 보호가 필요해졌고, 수컷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성교가 가능한 기간이 확장된 것이다. 또 성교통 때문에 성교를 회피하려는 암컷을 달래기 위해 암컷에게도 성적 쾌감이 부여됐다고 본다. 아무튼 이로 인해 인간의 성은 종족보존의 의미 외에 쾌락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여성이 진화론적 결과물인 성적 쾌감을 온전하게 누리는 것은 아니다. 이를 방해하는 장애물 중 성욕장애라는 게 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성적 공상이나 성행위에 대한 욕구가 결여돼 있는 경우를 말한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성적 공상을 하거나 성충동을 느끼는 빈도가 훨씬 낮다. 그러나 여성이 먼저 성적인 접촉을 시작하는 적이 없고 배우자의 시도를 빈번히 거부하며 성적인 공상을 전혀 하지 않고 자신의 이미지에서 느끼고자 하는 여성적인 개념이 없다면 성욕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원인은 대부분 배우자와의 갈등이나 배우자에 대한 분노, 잘못된 성지식,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요인,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성에 관한 체험 등으로 알려져 있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그의 작품에서 성욕과 정욕을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적어도 같이 아이를 만들고, 낳고, 기르는 그 짐승같은 시간을 같이한 사이가 아니면 안되리라. 정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만일 배우자와의 누적된 불만 때문에 성적 욕구가 전혀 발동되지 않는 여성이라면 그와 함께 보냈던 「그 짐승같은 시간」을 상기하라. 그리고 이제는 진화한 암컷으로서 잠자고 있던 정욕의 쾌감을 일깨우라.
/홍순기 박사 인애산부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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