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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예](4) 기천<氣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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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예](4) 기천<氣天>

입력
1999.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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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천(氣天)은 수련자를 한계상황으로 내몰아 벽을 넘게 함으로써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지요. 무예의 원형질을 고수하고 있어 마음에 듭니다』성균관대 사회교육원에서 기천을 배우고 있는 문지윤씨(24·여)는 지난해 기천입문단계 수련법의 하나인 내가신장(內家神掌)을 했을 때의 놀라운 경험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서지도 않지도 않는 엉거주춤한 기마 자세로 1분을 넘겼더니 땀이 줄줄 흐르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사범의 불호령속에 이를 악물고 버티자 온 몸이 개운해지면서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거대한 울림이 전해져옴을 체험했던 것. 그는 요즘 역사법(力士法), 용틀임, 등천같은 중급을 배우는 한편으로 기천홍보연극 「아리수의 혼」(9월4일 오후7시반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자원 출연할 정도로 마니아로 변해있다.

한국무예 기천은 「대충대충」의 수련을 허락하지 않는 대신에 달디 단 열매를 보장한다. 요즘 무예계에는 쉽고 편한 것을 찾는 현대인의 기호에 맞추어 「인스턴트 수련법」이 유행하고 있지만 기천은 예외. 박성대 기천협회 총본원장은 『무예 대중화는 시대 흐름이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무예 본질을 잃어서는 안된다. 도(道)에 이르는 길은 본질적으로 멀고 험하며 고통없이 얻어진 도는 도가 아니다』고 강조한다.

기천 수련과정은 크게 단학(丹學)과 무(武)로 나뉜다. 단학은 정적이고 부드럽지만 내가산장처럼 만만한 게 거의 없다. 단학을 거치고나서 맨손 무예를 익히게되며 그 후에 검과 부채같은 무기를 이용하는 기술을 배운다. 기천의 무예는 맨손 무예와 무기를 이용한 무예가 함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칙을 중시하기때문에 동작 하나를 수련하는데 1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기천은 현재 전국에 수련원 30여개와 대학 동아리 20여개를 두고 있을 정도로 대중화가 더딘 편. 하지만 수련자 모두가 열렬한 마니아라는 특징이 있다.

기천의 세상에 알려짐은 소설을 연상케한다. 70년대에 『설악산에서 비술(秘術)을 닦으며 지냈다』는 박대양씨(현재 계룡산 입산)가 홀연 나타나 장안의 「난다하는」 고수들을 모조리 제압했던 것. 무예 연구가 육태안씨는 『내가 만난 무예 고수중에서 최고였다. 그런 실력은 뛰어난 스승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누구한테서 배웠는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로 출중했다』고 회고한다. 박씨의 무술이 바로 기천이며 그의 뒤를 잇는 2대 문주 박사규씨, 박성대 총본원장, 이상원 기천문 대표 등이 체계화하여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수행 정도에 따라 행인, 공인, 법인, 정인, 도인, 진인, 상인 등 7개 품계로 구분돼있다. 1대 문주 박대양씨는 최고 경지에 근접해있어 진인으로 불린다. 기천은 파벌없이 「민족선도 기천협회」로 단일화돼있다는 점을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다. (02)3675-4120.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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