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말 일본의 우파 성향 격주간지인 「사피오」에 「한국이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이유」를 실었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씨가 9월22일호에 속편격인 「그러면 한국경제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특효약의 처방전을 가르쳐 주겠다」를 발표했다.제목을 보면 그는 한국경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전문가중의 전문가 같다. 그래서인지 처음 그의 글이 발표됐을 때 재계 학계 정계에서 한마디씩 했다. 그의 말이 일리가 있어 새겨들어야 한다는 사람도 많았고, 너무 지나친 논리전개라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그는 어떤 근거인지 알 수 없지만 첫번째 글에 대해 한국 독자의 70%는 수긍했으나 30%는 민족감정을 내세워 반발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예상외(?)의 큰 반응 때문인지 이번에는 「처방전」까지 내놓은 것이다. 내용은 한국이 일본에 금융개방을 하면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으나, 개방을 못할 때에는 과감한 규제완화와 적극적인 외자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5~10년이 걸리며, 재벌은 해체할 것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퇴출시키라고 주장했다.
■그의 지적은 평상시 우리가 하는 말들이고, 주위에서 흔히 듣는 비판들이다. 그럼에도 그의 글이 우리 사회에서 상당한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는 등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말대로 그가 일본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국경없는 경제를 제창하는 경영컨설턴트로서 글로벌한 시점에서 발언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한국의 최대 문제가 정면으로 나라의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력해 학자나 지식인은 현정권을 정면에서 비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으나, 혹시 유신체제와 군부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무엇에 빗대어 말하거나, 누구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자신도 모르게 습관화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지적은 한 외국인의 충고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 어딘가 씁쓸하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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