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의 「첫 모습」이 드러났다. 신당 발기인의 면모는 신당이 앞으로 어떤 인적구성에 의해 어떤 모양을 갖출 것인가를 예시하는 가늠자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날 드러난 신당 발기인의 면모는 국민의 눈에 신선감을 주기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노·장·청의 각계 인사를 망라했고 남녀 및 보수·진보를 적절히 안배하는 등 인물고르기에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그런대로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과학기술계등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분야의 인사들을 참여시킨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여권의 신당 창당 추진은 정치게임의 논리에 의한 것으로 당초부터 국민의사와는 무관한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좋게 보이기 위해 당의 간판을 바꾸는 것과 크게 다를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당 발기인의 면모에서 그동안 운위되던 「젊은 피」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일이다. 당외의 면모는 「젊은 피」로서 수긍이 가는 대목도 있으나, 당내의 면모는 인선기준의 모호성 때문인지 오히려 신당의 의미를 평가절하 시킬 수도 있음을 여권은 차제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신당의 모습이 발기인 면모에서 그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여권이 의도하고 있는 최종 시나리오는 1차적으로 신당을 창당하고, 그 다음 자민련과의 합당을 성사시킨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초기단계에 지나지 않는 신당 발기인 면모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신당이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도약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신당 창당과 관련, 두가지 점을 당부하고자 한다. 우선 신당 창당이 정치권의 인물교체, 물갈이에 기여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21세기에 걸맞지 않는 「구태(舊態)의 인물」이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능력·자질과는 무관하게 국회의원 당선경력, 민주화 투쟁 경력이 정치인의 주요 덕목으로 운위되던 시대는 분명 지나 갔다. 야당 생활을 오래한 국민회의에 이런 정치인이 많다는 것을 여권 핵심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다음으로 신당이 정당의 민주화에 기여 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금의 정당은 당총재 한사람이 좌지우지하는 1인지배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오너체제라고 비판받고 있는 두 공동여당은 더욱 그러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신당 창당 추진과정이 투명하지 않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의 신당 모습에 따라 우리의 정치가 한단계 도약할 것인지, 아니면 붕당·사당정치의 구태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인지가 가름 된다는 것을 여권은 깊이 새겨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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