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마침내 속전속결로 민산문제 처리의 가닥을 잡았다. 이총재는 미국·독일 순방을 하루앞둔 9일 민산 지도부에 정면으로 칼을 댐으로써 민산 불용(不容)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외국 순방 열흘간 최소한의 냉각기를 가지지 않겠느냐는 유화론자들의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총재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민산을 죄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총재는 이날 하순봉(河舜鳳)총장 이부영(李富榮)총무 정창화(鄭昌和)정책위의장 등 당 3역과 맹형규(孟亨奎)총재비서실장 이사철(李思哲)대변인만이 참석한 회의에서 『당직을 가진 채 정치 세력화 가능성이 농후한 조직에 가입해 적극 활동하는 것은 당인으로서 용납될 수 없다』며 민산 지도부 척결을 지시했다.
김명윤(金命潤)고문 등 민산 「적극 활동자」를 잠재적 「단순 가담자」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민산의 외연확대를 서둘러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총재의 민산 지도부 치기는 몇가지 상황인식의 복합적 산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화농(化膿)보다는 조기 절제(切除)가 민산 종기를 치유하는 덜 위험한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초기압박 전략으로 민산가입 의원 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출혈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총재는 또 민산 지도부가 자신의 외국순방 기간을 현역의원 포섭작업의 기화로 삼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로선 외국순방 길에 오르기 전 극한적 선제공격으로 민산 지도부의 틈입기도를 최대한 억지해둘 필요성을 느꼈음직 하다. 민산재건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정치재개에 대한 부산·경남지역의 부정적 여론도 이총재의 결심을 재촉한 동인이 됐을 것이다.
어쨌건 특유의 강기(剛氣)로 미루어 순방기간 중이라도 이총재는 민산을 상대로 연속강수를 둘 개연성이 적지 않다. 민산지도부가 당직사퇴 거부입장을 분명히 한 터여서, 당기위 회부를 통한 당권정지 등 후속조치가 발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총재와 민산지도부의 조기충돌로 한나라당은 준(準) 내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게 됐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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