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절도 용의자를 풀어줬다」는 이유로 전보조치된 뒤 지난달 24일 위암으로 숨진 서울 강남경찰서 전형사과장 심현무(沈鉉武·55·사진)경정이 억울한 누명과 감찰의 문제점 등을 적은 유서를 남겨 파문이 일고 있다.유서에 적힌 사건의 발단은 97년 12월26일 실내장식업자 임모(29)씨가 『박모(50·단란주점 운영)씨가 내 트럭을 훔쳐갔다』고 신고한 것. 그러나 경찰에 연행된 박씨는 『당시 단란주점에서 동업자와 술을 마셨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고 종업원과 동업자 등도 같은 진술을 해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러자 임씨는 다음날 강남경찰서에 트럭 도난사실을 다시 신고, 당직근무중이던 경관이 박씨를 절도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심경정은 이에 대해 『범인이 아닌 것 같으니 잘 조사한 뒤 (혐의가 없으면)내보내라』고 지시하고 임씨에게 『박씨가 범행을 부인하는데다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씨는 「형사과장이 나에게 욕설을 퍼붓고 범인의 손을 잡고 데리고 나가 돌려보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경찰청에 냈고 이후 감찰조사가 시작됐다.
심경정은 유서에서 『경찰청 감찰담당자가 강남경찰서와 전 근무지인 강동경찰서 직원 20여명에게 「심과장의 비리를 한 가지씩만 대라」고 협박하는 등 일방적 조사를 벌인 뒤 나를 전보시켰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30년 경찰생활과 삶을 여기서 접지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고 치사한 절도범과도 타협하지 않았다』면서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하지만 난 죽도록 경찰을 사랑한다』고 유서를 맺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심경정의 유서는 자신의 주장일 뿐이며 감찰 과정에서 무리는 없었다』고 일축하면서도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