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6,000원에 8억원을」 「보기만 하면 돈벌어요」사행성 문구로 청소년의 돈을 끌어모으는 사이버 금융피라미드가 통신망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PC통신회사들이 서둘러 단속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으로 피해가 늘고 있고, 경찰은 처벌근거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대표적 사기성 금융피라미드인 「8억메일」의 경우 누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밝혀지지 않은 채 PC통신망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8억메일은 6명의 명단이 적힌 E메일을 받을 경우 1인당 1,000원씩 송금하고, 이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메일을 띄우는 식으로 명단을 불려가면 최대 8억원을 벌 수 있다는 황당한 내용. 게다가 『어떤 변호사는 3개월만에 8억원을 벌었고 이후 변호사를 그만두고 메일만으로 23억원을 더 벌었다』는 사실무근의 사례까지 그럴듯하게 꾸며내 네티즌을 유혹하고 있다.
한 PC통신 이용자는 『사기인 것으로 짐작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일을 보냈더니 4,000원이 입금된 적이 있다』면서 『수억원을 벌기위해 단돈 6,000원만 있으면 된다는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리안과 하이텔 등 PC통신회사들은 8억메일을 유통시키는 네티즌에 대해 「경고없이 ID 3개월 정지」라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천리안 인터넷사업부 유지창(柳志昌·28)씨는 『하루 평균 50여건의 사기메일 유통사례가 신고되며 4~5개의 아이디를 사용정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사례가 급증하자 최근 경찰은 수사에 나서 대학생 송모(24)씨 등 13명을 사기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메일의 전파범위가 넓고 금전거래의 추적마저 어려워 완벽한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인터넷사업체들의 경쟁으로 우후죽순처럼 번지는 「돈벌이 사이트」의 폐해도 심각하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돈벌이 사이트」는 약 50여개. 인터넷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지급받는 방식이 일반적이고, 회원 가입후 광고메일을 받거나 휴대폰 광고를 들을 때마다 돈을 받는 방식도 등장했다. 이런 사이트들은 「회원 1,000명 추천시 월수 150만원 보장」등의 광고문구에 피라미드방식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얼마전 휴대폰 광고를 개시한 G사는 인터넷사이트에서 하루에 15초짜리 광고를 10번 들어주면 건당 100원씩, 한달에 3만원의 적립금을 준다며 회원을 모으고 있다. 신규회원이 광고를 들을 때마다 추천인에게 5원씩 적립금을 주는 피라미드식 인센티브제도도 등장했다. 회원을 1,000명 추천해 이들이 하루 10통의 광고전화를 받으면 추천인은 월150만원의 수입이 생긴다는 것이다.
통신회사 모니터요원들이 피라미드 메일을 발견하는 대로 삭제하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어 근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관계자도 『돈벌이 사이트의 경우 8억메일과 달리 가입자에게 선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행법상 위법으로 볼 수 없어 단속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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