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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미현과 박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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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미현과 박세리

입력
1999.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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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힘껏 쳐봐도 30-40야드가 덜나가요』 얼마전 LPGA에서 박세리와 한조가 되어 경기를 벌였던 김미현은 라운드가 끝난후 박세리와의 경쟁을 이렇게 털어놨다. 자신의 모자람을 솔직하게 말하는 그에게서 귀여움과 인간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성공을 기대하는 팬들마저 체격좋은 서양여자들 사이에 아장아장 걸어가는 그를 보며 『저 여자들을 누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김미현은 해냈다. 7일 LPGA투어인 팜스테이트 레일클래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은 153㎝의 김미현은 세계골프계에 또 하나의 한국인상을 심었다. 더구나 지난 대회 챔피언인 재미교포 펄신선수가 2위로 선전하기 까지 했으니. 작년 LPGA 첫우승을 따내고 그린 위에서 아버지와 환호작약하던 박세리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우승하는 순간 생긋 웃으며 기쁨을 조용히 곰씹는 김미현에게서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 했다.

■김미현은 굵직한 스폰서를 확보하고 세계 일류코치아래 배울 수 있었던 박세리와 달랐다. 스타골퍼들이 비행기를 타고 훌쩍 날아가 좋은 호텔에 투숙하며 연습과 휴식을 취하는 동안 그는 아버지가 모는 밴에 몸을 싣고 경기장소로 고달프게 달려가는 미국의 가난한 프로들처럼 헝그리투어로 시작했다. 박세리의 쾌거가 IMF로 침체됐던 국민에게 집단적 희망을 주는 계기였다면, 김미현은 핸디캡을 극복하려는 이 땅의 소년소녀들에게 무한한 꿈을 심어준다.

■박세리는 이미 골프비즈니스를 좌지우지하는 세계적 스타. 하지만 김미현의 올해 LPGA기록을 자세히 보자. 루키 랭킹 1위, 이글순위 4위, 샌드세이브 순위 1위, 버디순위 6위, 언더파 라운드 순위 8위로 무서운 잠재력을 가졌다. LPGA투어는 미국과 유럽등 백인의 무대였다. 그러나 한국여자들의 드센 침공이 시작됐다. 박세리 김미현뿐 아니라 펄신 박지은이 총출동할 2000년의 미국LPGA 투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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