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무정부 상황에 빠져든 동티모르에 대해 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인도네시아군의 유혈 방조·개입 등 이중 플레이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사전 계획된 소멸(掃滅)작전 인도네시아군이 동티모르 유혈 폭력 사태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이들을 서티모르로 강제 이주시켜 동티모르를 공동화, 독립 기도를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는 증거가 포착되고 있다.
이언 마틴 딜리주재 유엔대표단장은 『군부가 대규모 주민 이주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영국인 기자는 『총을 겨누고 동티모르 주민 수백명을 해변으로 이동시킨 자들은 분명히 민병대가 아닌 군이었다』고 증언했다.
서방의 군사 정보 소식통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군은 사전에 학살 조장과 집단 소개를 위한 「작전계획 B(암호명 소멸작전·Operation Total Cleansing)」를 구상, 민병대들의 난동이 딜리로 번진 3월부터 집행하기 시작했다.
정보통들은 잔류 동티모르 주민들의 제거를 눈앞에 둔 작전 완료도 임박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위란토 총사령관이 5일 군 증강 계획을 발표하면서 마지막 작전 단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지트스케 링스마 기자는 『동티모르인들이 서티모르로 소개되면 모두 살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는 인종 탄압국이라는 국제적 비난과 석유 등 동티모르의 자원가치 및 여타 지역의 분리 주장 확산 가능성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유력한 야당 지도자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역시 확실한 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다.
따라서 계엄령하에서도 동티모르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보호받을 수 있을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부심하는 유엔과 국제사회 동티모르 사태 해결의 관건은 국제사회와 유엔의 신속 대응이지만 아직까지 상황은 계속 「협의 중」. 회원국간 합의는 아직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소보에서 망신당한 유엔으로서는 이번에도 조치가 늦어질 경우 또다시 위상 저하의 타격을 맞게 될 판이다.
평화유지활동(PKO) 개입의 선행조건은 해당국의 동의와 안보리 결의. 인도네시아측은 계엄령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PKO 진주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티모르 주민들의 목숨을 놓고 「시간 벌기」게임이 벌어지는 국면이다.
「세계의 경찰국」이라는 미국도 소극적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은 『매우 복잡한 상황』이라며 『다른 정부들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리적 여건상 인도네시아의 잠재적 위협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는 호주 정부는 6일 북부군 출동 태세를 24시간으로 단축했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이날 PKO 파견 지지를 선언하는 등 개입을 통한 국제사회의 압력은 높아가고 있다. 동티모르의 식민통치국이었던 포르투갈과 말레이시아도 무장군 파견 의사를 밝혔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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