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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전막후] 극단 창마루 '화무십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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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전막후] 극단 창마루 '화무십일홍'

입력
1999.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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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청마루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역사적 사실이 연극의 강을 건너면서 얼마나 해체돼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을 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고려 목종 때 정사(正史)가 전하는 희미한 목소리에 현미경을 대고 되살려 낸 이야기다. 줄거리만을 놓고만 본다면 전형적인 궁중극이지만 결코 심상찮다.단서는 목종의 동성애 가능성과 그 어머니 천추태후의 불륜. 신진 극작 연출가 김현탁(30)씨의 발랄한 상상력은 여러 상황들을 교묘히 중첩시켜 서로가 서로를 비웃도록 한다. 여기에다 천연덕스런 파격까지 중첩된다. 장군과 그의 부하들이 반바지 차림에 비치 파라솔 아래서 국사를 논한다. 하필이면 그 말투가 사극에서나 보던 장엄하기 짝이 없는 어조라니. 그야말로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이 너무나도 당연한 듯 펼쳐진다.

배우들의 연기가 숙연해질수록 객석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여기저기서 안간힘이다. 내놓고 웃기에는 무대가 너무 엄숙한 것.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나 진지하기 때문이다. 극장의 공간 분할 또한 인상적이다. 좌석 세번째열을 다 치우고 그 자리에 잔디를 깔아 등·퇴장로와 무대로 쓴다. 등장과 퇴장에서도 이 극은 고정관념을 거부한다.

극에 등장하는 음악 역시 종잡기 힘들다. 「수제천」이 무게를 잡는가 싶더니, 돌연 아닌밤에 「로봇 태권 V」다. 구성진 대금 소리가 극장안을 채우더니, 다음 순간 이를 비웃듯 테크노 비트가 잇는다.

대사들은 진지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 무의미한 말의 성찬일 뿐. 젊은 연극인에 의해 역사의 시간들은 장중하게 희화되고 있다. 10월 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화~목 오후 7시 30분, 금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토일 오후 3·6시. 1시간 45분 공연.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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