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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카운터테너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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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카운터테너가 뜬다

입력
1999.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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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한 TV 자동차 광고에 「백합처럼 흰」이라는 노래가 나온다. 가수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구분되지 않는 이 중성적 음성의 주인공은 독일의 세계적인 카운터테너(Counter Tenor) 안드레아스 숄. 그가 직접 작곡한 곡이다.카운터테너는 남성이지만 여성처럼 높은 음역을 내는 가수를 가리킨다. 음역은 여성 알토와 비슷하다. 그러나 요즘은 두 옥타브를 넘어 솔·라까지 치고 올라가 소프라노와 맞먹는다. 주무대는 종교음악이나 헨델 등의 바로크 오페라이지만 요새는 고전·낭만에서 현대음악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어떻게 소리를 내나

이 낯선 용어가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얼마 안된다. 카운터테너 음반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이기 때문이다. 안드레아스 숄, 브라이언 아사와, 슬라바, 요시카즈 메라, 데이빗 다니엘스…. 이제 막 한국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카운터테너들이다. 국내 카운터테너 전공자는 이철수(경북대 강사)씨 뿐이다. 96년 독창회에서 처음으로 카운터테너를 선보인 그는 이달 안에 우리 가곡을 카운터테너 창법으로 노래한 음반을 내놓을 예정이다.

카운터테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별종이 아니다. 남자 누구나 그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높은 음을 낼 수 있는 비결은 팔세토(가성) 창법. 팔세토는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소리다. 호흡으로 받쳐서 소리를 머리로 띄워올린다. 따라서 소리가 힘없이 퍼질 우려가 있지만, 부단한 훈련으로 힘과 단단함을 닦는다. 소프라노의 소리는 계속 들으면 피곤하지만, 카운터테너의 노래는 부드럽고 편안한 게 특징이다.

카운터 테너의 음반들

카운터테너의 음반이 국내서도 인기를 끌고있다. 음반 판매량에서 선두주자는 일본의 요시카즈 메라(28). 느리고 서정적인 사랑 노래들을 모은 그의 「로망스」는 올 상반기 1만 5,000장 가량 팔려 클래식 베스트셀러 5위에 올랐다. 안드레아스 숄(독일)과 브라이언 아사와(미국)의 독집음반도 각각 5,000장 이상 팔렸다. 아사와는 19일 예술의전당에서, 메라는 12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독창회를 할 예정이어서 청중에게 색다른 음악적 기쁨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쓰리 카운터 테너의 시대

파바로티, 카레라스, 도밍고의 쓰리 테너가 황혼기에 접어든 요즘, 쓰리 카운터테너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모두 30대 초반인 안드레아스 숄, 브라이언 아사와, 데이빗 다니엘스(미국)가 주역이다. 이들은 테너나 소프라노 못지않게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숄(32)은 누구보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음색을 자랑한다. 그의 노래는 티없이 맑고 순수하며 음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풍요롭다. 길고 안정된 호흡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한없이 온화한 게 꼭 산들바람 같다. 기품 넘치는 그의 노래는 마치 고급 세단을 탄 것처럼 안락한 느낌을 준다 해서 「카운터테너의 롤스로이스」에 비유되곤 한다. 지금까지 내놓은 음반은 5장의 독집을 비롯해 31종. 그중 96년 비발디의 「스타바트 마테르」, 97년 칼다라의 「그리스도 발 밑의 막달레나」로 권위있는 그라모폰 음반상의 바로크 성악부문을 수상, 실력을 인정받았다. 종교음악과 바로크가곡을 주로 노래하던 그는 지난해 영국의 글라인드번 페스티벌에서 헨델의 「로델린다」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다.

아사와(33)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 세 명 중 가장 여성에 가까운 음색과 화려한 고음을 자랑한다. 눈 감고 들으면 아무도 남자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 여성의 메조소프라노 음성 바로 그것이다. 카운터테너로는 처음으로 91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디션에 우승하면서 세계 무대에 등장했다. 그의 레퍼토리는 바로크음악 뿐 아니라 낭만주의 가곡과 오페라,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펼쳐져있지만, 핵심은 바로크 오페라다. 특히 헨델의 오페라는 거의 다 출연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스카를라티의 옛 이탈리아 가곡, 슈베르트의 가곡, 헨델의 오페라 아리아, 모차르트의 오페라 아리아, 현대작곡가 빌라로보스의 곡까지 다양한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아사와와 함께 미국 카운터테너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다니엘스는 영웅적인 주인공에 어울리는 남성적인 음색을 지녔다. 힘과 성량이 대단해 강렬하고 극적인 표현에 뛰어나다. 94년 몬테베르디의 「포페아의 대관」에서 네로 역으로 오페라에 데뷔한 이래 오페라에서 맹활약 중이다. 장기인 헨델의 오페라 뿐 아니라 슈베르트 등의 낭만주의 가곡도 노래하고 있는데, 최근 라벨, 드뷔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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