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유연성을 가장 강조해온 미국의 기업 중에서도 대표 기업인 자동차메이커 제너럴모터스(GM)과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이례적으로 종신고용제를 제안해 화제이다. 결론부터 말해 최근 몇년간 구조조정에 따른 장기파업으로 곤혹을 치룬 양사가 14일로 만료되는 단체협약을 앞두고 전미자동차노조연맹(UAW)에 그럴듯한 미끼를 던졌다는 분석이다.GM이 제안한 안은 10년 이상 근속한 현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종신고용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또 첫 해에 2% 임금인상과 일시불 500달러 지급, 2차년도에는 임금 3% 인상, 3차년도에는 1,500달러 일시불 지급 등 임금인상안도 함께 제안했다. 또 30년 이상 근속한 퇴직 노동자 기준으로 퇴직연금을 7.6% 인상한 월 2,470달러씩 지급한다는 것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구체안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GM안보다 더 관대하다는 평이다.
지난해 파업으로 2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던 GM은 노사관계 발전을 꾀하려는엄청나게 호의적인 제안이라는 태도이지만, 이면을 보면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성격이 강하다.
기존의 단체협약이 현재의 생산직 노동자 14만 8,000명을 향후 10년내에 10만명 이하로 줄이되 전국 어느 공장에서도 5% 이상은 감원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산술적으로 이미 95%의 고용안정은 보장돼 있다.
GM의 새 제안은 장기 근속 노조원의 고용불안을 완전히 해소해주는 대신에 전체적인 고용규모는 더 빨리 줄이겠다는 노림수가 숨어 있는 셈이다.
게다가 부품생산 부문을 외부 하청업체로 전환하고 소형차 생산라인에 새로운 생산방식을 도입하는 등 구조조정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전직·전출 등 인사권에는 사측의 자율권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에 근로조건 변동에는 이의를 달지 말아 달라는 뜻이다.
이로인해 고용안정을 바라는 노조원들과 가입 조합원 수의 확대로 조직의 유지 및 강화를 바라는 UAW 지도부 사이에 분열과 갈등이 일어날 수 도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40만7,000명의 조합원을 자랑하는 UAW는 미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노동조직이다. /신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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