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공기마저도 걸러지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화랑이 벌레들의 천국으로 바뀐다. 「인섹토피아」(Insectopia). 재불작가 홍순명씨가 9~20일 갤러리 현대에서 갖는 국내 첫 개인전.벌레천국은 「Insect」와 「Utopia」의 합성어. 벌레만 전시회를 날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곤충은 물론 동물이나 가상벌레, 인조동물 등을 통해 인간 환경의 또다른 형태를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홍씨의 기획 의도.
홍씨는 85년 프랑스에 건너가 89년에 파리 국립미술학교(에꼴 데 보자르)를 졸업한 후 프랑스에서 작가로 활동해왔다. 1년전부터는 쌈지 스튜디오 작가(98년 7월~99년 7월)로 한국에 들어왔다. 이번 전시회는 1년간의 결산전이자 국내에선 처음으로 갖는 개인전.
1층엔 거북이 13마리가 유리와 흙으로 만든 널찍하고 편편한 집에서 살게 된다. 유리에 그려진 그림은 먼 곳, 유토피아로 갈 수 있는 관문이 된다. 이 거북이들은 1년 동안 그가 집에서 사랑으로 키워왔던 30마리. 전시회가 끝난 후 작가는 이 정든 거북이를 모두 처분한다. 홍씨는 『거북이들이 이 환경을 좋아할지는 모르겠다』면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새로운 환경 체험으로 우리의 상상력의 영역까지도 넓혀주는 것이 설치 작업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2층엔 푸른 형광등과 아크릴판으로 연못 구조물을 만들었다. 연못 안에서 털달린 알 수 없는 생물체의 그림자만을 비추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지하층에 동물, 곤충, 미생물, 식물 등의 가상벌레들을 종이데생으로 그려 액자 속에 집어넣을 계획.
개막 나흘째엔 유리창에 벌레 유인등과 철망을 설치, 실제 벌레들이 전시장안(특정 작품)으로 들어오게 할 예정이다. 「인섹토피아」가 펼쳐지는 것이다. 화랑가 사간동에 살고 있는 모기, 나방 등 벌레들이여…. 언감생심 화랑에 들어가 축제를 벌이게 될 줄 꿈이나 꾸어봤는가.
(02)734_8215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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