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재산과 생명 보호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의 제1장 제1과다. 우리가 납세와 국방 등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말 없이 이행하는 것도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국가가 담배의 해독으로 인한 국민건강의 피해를 못본 체 하고, 흡연을 권장하는 담배전매 정책을 고집한다면 정부이기를 포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이런 뜻에서 한 폐암환자가 국가와 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국가가 담배전매권을 갖지 않은 구미 선진국에서는 이런 소송이 일상화한지 오랜데, 우리는 이제야 첫 소송이다. 기본권에 대한 국민의 의식과 정부의 도덕성 수준을 말해주는 사건이다.
소송을 낸 사람은 30년이 넘도록 하루 두갑씩 담배를 피우다 최근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입원했는데, 며칠전부터 의식이 없는 상태라 한다. 건강을 해친 책임은 그 자신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음식이든 기호품이든 건강에 조심할 의무는 본인에게 있지만, 국가가 적극적으로 유해물질에 대한 경고와 규제를 가해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복지국가 개념의 틀이다. 그는 암 진단을 받은 뒤 『담배가 이렇게 무서운 것인 줄 알았으면 진작 끊었을 걸』하고 후회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근세 100년동안 정부가 담배전매권을 행사하면서 담배의 해독을 알리기를 꺼려 왔다. 「건강을 위해 지나친 흡연을 삼가자」는 정도의 간접적 경고가 등장한 것이 불과 20여년 전이고, 「흡연이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직접적 경고문은 불과 10년전부터 담배갑에 인쇄되기 시작했다.
경고를 게을리한 정도가 아니라 지방재정 수입 일부를 담배판매 수익금으로 충당토록 법제화, 흡연을 권장하는 정책까지 펴고있다. 지방자차단체들이 세수증대를 위해 애향심에 호소해가며 내고장 담배 팔아주기 운동으로 담배소비의 조장·촉진에 여념이 없으니 흡연인구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의 전망을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환자는 흡연으로 인해 폐암이 되었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증명된다 해도 국가가 폐암걸릴 가능성을 경고한 뒤 계속 피웠으므로 국가에 100%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건강권을 찾으려는 시민의식의 개안이기도 한 이 소송은 유사한 소송의 러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담배전매권 행사를 포기해야 할 시점에 왔다. 세계보건기구 통계를 보면 한국은 세계 1,2위를 다투는 골초국이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에 의해 담배가 마약으로 선언된지 오래다. 국민의 건강을 모른 체 하면서 세수증대에만 집착하는 것은 국제사회 조류를 거스르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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