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稅風)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법모금을 지시한 「몸통」에는 다가서지 못한 채 수사 시작 1년여만에 일단락지어졌다.검찰은 6일 수사의 「잠정종결」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이 사건의 배후실체를 반드시 규명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는 세풍의 주범격인 이석희 전국세청차장이 도피 중인 상황에서는 더이상의 수사진전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한 것이기도 했다.
이같은 수사기술적인 측면 외에 아무런 소득없이 세풍사건을 마냥 붙들고 앉아 있을 경우, 검찰이 정치공세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는 실리적 측면의 판단도 세풍사건의 잠정종결 배경으로 크게 작용했다.
검찰이 이날 불법모금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에 대해 『내사중』이라며 어정쩡하게 넘어간 것도 정치공세를 피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들의 명단과 개인적인 유용사실 등이 적나라하게 공개됐을 경우 해당 의원들의 도덕성 시비를 중심으로 이 사건이 「정치쟁점화」함으로써 검찰이 정치공세에 휘말릴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수사 종결보다는 이 전차장의 귀국시점까지 세풍사건 수사를 「유보」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검찰 관계자도 『이쯤에서 일단 정리를 하고 넘어가자는 것일 뿐』이라며 수사 종결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검찰수사결과 세풍사건이란 「97년 대선전인 9∼12월초 한나라당과 국세청이 공모, 24개 기업에서 166억7,000만원을 불법모금한 범죄」다.
이 돈중 98억3,000만원은 한나라당에 입금됐으며 나머지 68억여원중 20억~30억여원은 서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 외에 서의원과 회성씨가 70억원을 추가로 모금한 사실을 밝혀냈으나 핵심 열쇠는 미국에 도피중인 이전차장이 쥐고 있다.
결국 검찰의 세풍수사는 당분간 수그러들 것이 확실하나 언제든 폭발할 불씨를 안고 있는 「휴화산」으로 남게 됐다.
검찰이 발표문을 통해 『한나라당 이총재가 직접 관여했다는 여러 정황은 있으나, 핵심 혐의자인 이전차장에게 몇가지 확인해야할 사항이 있어 그가 귀국하는대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힌 부분도 예사롭지 않다. 세풍사건 수사의 칼자루를 놓지 않았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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