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 '혼외부킹'의 사회심리적 배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혼외부킹'의 사회심리적 배경

입력
1999.09.07 00:00
0 0

주부들의 방황인가. 아니면「언더그라운드 사생활」인가. 요즘도 중년 여성들 가운데는 남자 친구를 사귀어 보겠다며 카바레, 댄스 교습소, 나이트클럽 등을 들락 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국일보 5·6·7일자 사회면 보도) 이른바「묻지마 관광」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있다고 한다.나라 안팎으로 단체 여행을 다니며「캐주얼 섹스」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대부분의 남편들은 이런 사실을 알 턱이 없다. 친구의 소개로, 또는 PC통신으로 알게된 뒤 남편이 근무중인 낮시간 동안이나 출장을 간 뒤 빈 시간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는 결혼 생활의 권태 때문에 걸핏하면 옛사랑의 추억에 빠져드는 서정파도 있고, 아무런 죄의식없이 섹스의 쾌락 자체를 즐기려는 카타르시스 형도 있다. 다른 남자를 알게된 뒤 성에 새롭게 눈을 뜨는「채털레이 부인」형도 있다.

일탈행위에도 몇가지 유형이 있다.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즐기려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우연히 알게된 남자의 됨됨이를 시간을 두고 체크해보며 조심스럽게 사귀려는 사람들. 드물게는 비밀스런 사랑관계를 유지하며, 규칙적으로 만나 애정을 나누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계는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는다.

통계에 따르면, 아내의 일탈 심리에는 남편과의 정서적 교감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70%, 성적 불만족이 50%, 그리고 남편의 외도를 진작부터 알고 있으나 모른체 하며「나는 나대로의 인생」이라며 분방한 성적 행동을 일종의 세련된 행동쯤으로 착각하는 여성도 상당수에 이른다. 외국의 보고이기는 하나 우리도 비슷할 것으로 짐작된다.

임신이 전제되지 않는 한 그리고 가정을 버리지 않는한 엄연한 성적 주체로서의「자유 부인」은 크게 흠 날게 없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공해 속에 물들어 살면, 공해의 정도를 알수 없다. 성윤리나 일탈 행동의 범죄성 여부에 대해선 그들이 알 바 아니다.

이들은 흔히 세상에는 완전한 사랑이란 게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또 육체와 마음은 따로따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이라는 실용적(?) 사고에도 익숙해 있다. 살림꾼으로서의 아내, 남의 눈치나 보며 현모양처가 된다는 것이 허황된 것이라며 코웃음마저 친다. 사랑의 방임주의.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몫임을 당당히 주장한다.

그런데 일탈하려는 여성들의 심리 밑바탕에는 대체로 결혼 생활에서 잃은 것을 쾌락으로 보상받으려는 유아적 욕구가 공통적으로 깊이 깔려있다. 아파트 중심의 생활 문화, 부부 중심의 핵가족 문화, 그리고 자동차로 신속하게 공간을 이동하며 얼마든지 자신을 숨길 수 있다는 익명성 등이 일탈 행동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 사회의 30-40대 여성들은 무슨 일을 해야 좋을지, 사회 교육은 물론 공감이 될 만한 이념적 지표도 없다. 뾰족한 대책이란게 있을리 없다. 부부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서투른 우리의 풍토도 문제다.

무엇보다도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관심사에 눈을 돌리며 이타적 생활을 모색하는 것이 결국은 인간적 자존심을 높여주고, 심신을 건강하게 해준다는 메시지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사회 일반의 노력이 있어야 되겠다.

/신승철·정신과전문의·남서울병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